동갑내기 친구 손흥민-김진수가 독일 무대에서 첫 ‘코리안 더비’를 펼쳤다. 결과는 손흥민(바이어 레버쿠젠)의 찬스 메이킹 능력이 빛난 승리였다.

레버쿠젠이 18일(한국 시각) 라인 넥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독일 분데스리가 16라운드 경기서 호펜하임에 승리했다. 레버쿠젠은 후반 33분 터진 슈테판 키슬링의 골로 호펜하임을 1-0으로 제압, 13라운드 이후 세 경기 만에 승리를 일궜다.

이날 경기는 1992년생 동갑내기인 손흥민과 김진수가 만난 ‘코리안 더비’로 주목받았다.  두 선수가 각각 측면 공격수와 측면 수비수로서 상황에 따라 1대1 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높아 더욱 기대를 모았다.

먼저 손흥민은 이날 슈팅보다 찬스 메이킹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23분에는 속공 상황에서 왼쪽 측면에서 아크 부근 빈 공간을 노린 패스로 슈테판 키슬링의 슈팅 찬스를 이끌어냈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의 찬스 메이킹 움직임이 이어졌다. 후반 3분에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수비수들이 오밀조밀하게 보인 좁은 틈 사이로 스루패스를 넣어 곤잘로 카스트로의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후반 6분엔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문전으로 쇄도하는 하칸 찰하노을루에게 공을 연결했다. 모두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소 답답했던 레버쿠젠 공격을 원활하게 만들어줬다.

김진수는 15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서 수비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김진수는 공격에 가담하기보단 후반에 머물며 안정적으로 플레이했다. 레버쿠젠의 측면 공격수들이 가진 개인 능력을 어느 정도 의식한 듯했다. 더불어 공격 가담시 중앙 수비수 에르민 비차크치치와 수비평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의 커버링이 적절히 이뤄져 더욱 안정적이었다.

특히 후반 2분 선보인 슬라이딩 태클은 호평을 받았다. 역습을 당하는 상황에서 김진수 뒤에 수비수가 없어 벨라라비에게 패스가 연결되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허용할 수 있는 위기였지만, 김진수의 슬라이딩 태클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손흥민이 오른쪽 윙포워드 카림 벨라라비와 좀처럼 스위칭을 하지 않아 두 선수의 직접 대결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후반 15분경에서야 벤치 지시에 따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두 선수가 격돌했다.

결국 후반 33분 경기 내내 돋보였던 손흥민의 찬스 메이킹 능력이 김진수를 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 하며 김진수를 끌고 들어온 손흥민은 슈팅하는 척 페인팅을 한 후 힐 패스로 카스트로에게 볼을 넘겼다. 김진수는 이 페인팅에 속아 몸을 날렸지만 카스트로는 김진수가 자리를 비운 측면으로 들어가는 율리안 브란트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브란트의 크로스는 슈테판 키슬링의 골로 이어졌다. 김진수 개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선수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레버쿠젠은 이 골로 1승을 올렸다.  두 선수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웃으며 유니폼을 교환하는 등 다시 ‘절친 모드’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