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야간고교를 졸업하고도 졸업기록이 사라져 대학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던 만학도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의 도움으로 고교 졸업사실을 입증,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30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윤모씨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지난해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려 했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장일을 하던 윤씨는 서울 명동 중앙상업전수학교 야간과정을 밟다가 폐교 소식을 듣고 3학년 때 천호상업전수학교(1968년 개교)로 전학해 1978년 졸업했다. 이후 천호상업전수학교는 1983년 위례상업고교로, 2007년 다시 동산정보산업고교로 교명을 바꿨다.

그러나 동산정보산업고교에는 윤씨의 생활기록부와 공납금 수납부만 남아 있을 뿐 졸업대장에 윤씨의 이름이 없어 문제가 됐다. 학교에 보관된 윤씨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졸업대장 번호에는 다른 사람이 졸업생으로 올라 있었다.

학교와 교육청 등 관계기관은 졸업대장 위조 정황을 의심하면서도 36년 전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윤씨는 지난 7월 대통령비서실에 고등학교 졸업을 증명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전달받은 권익위는 1979년 폐교된 중앙상업전수학교의 기록물을 찾고 1977년(3학년) 당시의 윤씨 담임교사를 직접 면담하는 등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권익위는 동산정보산업고교에 3학년 전 과정 성적이 기록된 윤씨의 생활기록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또 중앙산업전수학교와 천호상업전수학교의 생활기록부에 나온 윤씨의 수강과목이 일치한다는 사실, 1977년 1년 동안 윤씨가 천호상업전수학교에 공납금을 납부한 사실, 1978년 당시 천호상업전수학교 졸업앨범에 윤씨의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 졸업 사실을 입증했다.

권익위는 그러면서 당시의 담임교사와 동창생 50명도 윤씨의 전학과 졸업에 대해 같은 진술을 한 점, 학적 관련 공공기록물의 유지·관리 책임은 학교와 교육청에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서울시교육감에게 졸업증명서 발급 감독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는 윤씨에게 졸업증명서를 발급했다.

이 소식을 접한 윤씨는 "지난 2년 동안의 억울함과 괴로움이 해결돼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돼 더욱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권익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