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사회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30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밤 법원은 조 전 부사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회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40·여) 전 부사장이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의 김병찬 영장전담 판사는 30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혐의 내용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일단 사건의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사측과 공조해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볼 때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사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남부구치소에 수감했다.

김병찬 판사는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사건에 있어 증거인멸 및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의 구속영장도 함께 발부해, 이로써 지난 26일 처음 구속된 김모 조사관을 비롯 검찰이 '땅콩회항'과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직후 피의자로 입건한 3명이 모두 구속됐다.

이날 검찰은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 과정과 내용 등 전후 사정을 여모 상무로부터 수시로 보고받고도 사실을 묵인하거나 은폐한 정황이 대부분 확인된 만큼 사건에 있어 증거인멸의 시도로 봐야 하기에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강조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인측은 항공기 회항 당시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한 폭언과 폭행 여부, 램프리턴이 실제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인지 등 주요 쟁점을 놓고 검찰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편에 승객 신분으로 탑승해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여승무원과 박모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폭행을 가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램프리턴) 지시하고, 박모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된 것이다.

아울러 조현아 전 부사장에 이어 영장전담 재판장의 심문을 받은 여모 상무는 사건 발생 후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내용을 삭제하라거나 기록 내용을 바꾸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고 사실에 대한 증거를 없애고 증인들이 될만한 인물들에게 허위 진술하도록 종용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있다.

여모 상무는 또한 국토부 김모(54·구속) 조사관과 수시로 수십차례씩이나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알게 된 국토부 조사 과정과 내용들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피해자 박모 사무장에게는 '회사에 오래 못 다닐 것'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압력과 협박한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일 기내에서 벌어진 사건 정황에 대해서는 대부분 증거 증인이 소명됐으나, 증거인멸협의에 대해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여모 상무가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두 사람에 대해 구속 후 수사로 이 부분에 대한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모 상무가 국토부 조사 내용들에 대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국토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가담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들의 유착관계 의혹에 대해서도 확대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