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해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된다. 그 동안 첨단 의료기기 사용이 어려웠던 한의사들은 진료 질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단체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한의사 단체는 '직능 이기주의'라며 꼬집었다.
2일 의료계는 국무조정실은 지난 달 28일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포함한 총 144개의 규제개혁 추진과제를 발표하였음을 공개하였다.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불허가 국민들의 불만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제기된 바 있다. 그 동안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추가적인 X-Ray 검사나 초음파 검사 등을 위해서 일반 양방병원에 추가적으로 방문하여 그 검사 결과를 한의사에게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었다.
위 문제에 대해 이미 2013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등과 같은 의료장비에 한해서는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의사 역시 그 검사 결과를 참고,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의사 단체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위법 의료행위"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또한 한의사의 무차별적인 현대 의료기기 남용은 환자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 국민 건강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굳혔다. 국민의 건강 상태 및 생명 문제가 직결되는 의료 관련 사항을 비전문적인 관료제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는 국민 건강의 수호와 국가 보건의료체계 보호를 위한 11만명에 달하는 의사 회원들의 전면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회 역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단기적으로는 의료장비 산업의 활성화를 촉구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자 유발 수요'를 창출할 것임을 우려하였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된 자본금을 회수하기 위해 더 많은 의료기기 사용 처방이 내려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규제 완화 정책이 의사들의 직능 이기주의로 인해 불발될지도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자 하지만 양방병원의 경제적 이득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 단체의 이기주의가 국민을 위한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번 규제에 대해 협회는 한의사와 환자를 제외한 의사들을 '제 3자'로 표현하면서 의사 단체들이 이기심을 버릴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한의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기기를 현장에서 활용하며 보다 발전된 한의진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한주 기자 hjkim@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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