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주운 여대생의 신분증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던 30대 임신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남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사칭해 대출 등을 받은 혐의(점유이탈물횡령·사문서 위조·사기)로 김모 (3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종환)는 7일 밝혔다.

김씨는 중학교 시절인 지난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뒤 보상금으로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등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해왔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최근에는 임신한 상태에서 이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불행한 삶을 살던 김씨는 이혼 후 새 출발은 원했고, 개명을 했지만 삶이 바뀌지 않은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5년 전 우연히 주운 이씨의 지갑을 떠올렸다. 과거의 삶을 지우고 이씨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었던 김씨는 이씨 행세를 이어갔다.

김씨는 지갑 안에 든 신분증을 이용해 이씨의 SNS와 이메일을 뒤지고,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발급받아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를 개설하기도 했다. 또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을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 세계를 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인격장애인 리플리 증후군에 들어맞는다.

결국 김씨의 범행은 대출통지서를 받은 이씨 가족이 신고로 끝이 났다. 김씨는 조사과정에서 "어렸을 때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전공한 이씨의 삶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새로운 삶을 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또한 경찰은 "임신 4개월에 우울증을 앓고 있어 불구속 수사도 고려했지만 혐의가 13개에 달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 말했다,

안현아 기자  haan@kore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