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상대로 한 현안질의 도중 김 비서실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는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증인으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출석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공격성 질문을 받고 “문건 유출로 국민과 의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하고 이어 자진사퇴에 대한 답변으로 “애국하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에게 미력이나마 보좌하려고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찌라시'라고 해도 이것이 사실이면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인데 이런 부분을 다 묵살했다고 돼 있다"고 지적하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예전에 국회 있을 때부터 현재 부속실 비서관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전혀 정윤회 씨하고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나아가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질의시간에 "1월 6일자 문건내용은 실장인 제가 볼 때 전부가 허위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특별히 조치할 상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정현 전 홍보수석, 최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등과 관련한 내용이 문건에 기입돼있던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 인사이동은 (문건작성) 한참 후에 있었지 문건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또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비서관들이 정윤회를) 전혀 만난 적도 없었고 박지만씨도 가까이 온 적 없었고 비서실장이 누구 추천하거나 누구와 사이가 나쁘다 하는 내용도 하나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점심시간이 넘었는데 정회하겠느냐는 새누리당 이완구 운영위원장의 질문에, 시간이 지났지만 질의 먼저 하고 정회하자며 질의 시간을 확보한 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현안질의를 이어갔다.

박범계 의원은 “예전 검사로부터 출발한 공직생활 50년의 비서실장이 비선실세와 십상시, 정윤회 씨 등 국정농단과 이들의 동향을 기록한 문건 유출에 있어 사전에 조처 및 조치할 수 없었던 것은 직무유기라고 보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청와대 내부를 움직이는 어떤 세력에 의해 무능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는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가족 중에 병환을 앓는 식구가 있어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가정사를 이야기 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다만,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이 “(앞부분 생략) 지난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대통령 헬스기구 실제 구입 물품과 기록된 물품이 다르다고 질문한 것에 대해) 위증한 것 맞냐?”고 질문하자 이재만 총무비서관만이 “위증했다”고 시인했다.

오전에 시작된 국외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야당 위원들이 비선실세와 정윤회, 박지만, 십상시, 지난 국정감사 때의 위증 여부 등 집중 포화를 퍼부었지만, 모르쇠와 부정 답변, 동문서답, 그런 일 없다, 기억이 없다 등으로 일관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굳게 닫힌 입을 열지는 못하고, 오후 1시 가까이 된 시점에서야 점심식사를 위한 정회를 선언하고 모두가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