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9일 오후 3시 58분 김영한 민정수석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부터 회의장 안에는 파행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야가 지난 8일 저녁 늦게까지 합의에 이른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 관련 증인으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출석을 거부하고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오후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57)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국회 운영위 출석을 거부의사를 밝히고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위의 오후 회의는 충격 속에서 속개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민정수석에게 출석하도록 제가 지시했다"며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출석할 수 없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수석이 출석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대변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기춘 실장은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답해 김 수석과의 하극상을 시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서실장의 지휘 하에 있는 수석이 실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압박하자 김기춘 실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출석을 요구한 데 대해 비서실장이 지시했음에도 공직자가 응하지 않으면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두 번 거듭 답변해 처벌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지금 보통 상황이 아니다"라며 "비서실장이 이것을 명쾌하게 해줘야 한다. 국회가 여야 간사간 합의해 출석요구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반영이 안 되면 중대한 사태다. 양간사와 비서실장 3자에게 시간을 드릴 테니 본인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지 구체적으로 확실히 답을 해 달라"고 의사봉을 두드려 정회를 선언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서 "이 사안은 민정수석실에서 벌어진 사안인만큼 민정수석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고, 운영위원들의 주 질의가 끝나면 민정수석이 출석해 답하기로 여야간 합의했다"며 김 수석 출석에 여야가 합의했음을 밝혔었다.

정회 후 김영한 수석은 김 실장의 출석 지시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은 크게 충격 속에 휩싸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개인적으로 “김기춘 실장이 ‘김 수석의 사퇴 의지가 명확하면 사퇴시킬 것’이라며 즉각적 경질 방침을 분명히 했다”며 “김기춘 실장 루비콘강을 건너다”라고 평했다.

같은당 박완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방송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거부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평하고 “오늘 오전에 비선실세와 문서유출 사건 파문에 대해 국회에 출석한 김기춘 실장이 ‘청와대의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에 김영환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완전 콩가루 상태의 청와대를 보여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의 이날 발언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께서는 검찰부터 시작해서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50년의 공직생활을 하신 분으로서, 비선실세가 됐던 문건유출이 됐건 어떤 사안이던 깔끔하게 처리를 못하신 것을 보면 ‘직무를 유기했다’라기 보다 어떤 세력에 의해 제압되어버린 ‘무능’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 비선실세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이번 (김영한 사표 파동)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권위가 하극상이 일어날 정도로 청와대 내에서 크게 실추돼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라고 논평해, 이번 김영한 민정수석 사표와 김기춘 비서실장의 기싸움은 향후 일파만파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58분 국회 운영위에 다시 출석한 김기춘실장은 "김영한수석 사표수리를 인사권자에게 건의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김영한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수리가 기정사실화 되고, 두 사람 간의 불협화음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