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한주 기자] '땅콩 회항'사건 발생 당시 항공기 운항이 이미 시작된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온 조현아(40,여, 구속기소)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실제로는 항공기 출발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어 그 동안 거짓말을 해온 사실이 전부 탄로났다.

검찰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5일(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은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트집 잡아 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여 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하면서 "무릎 꿇고 (서비스 매뉴얼)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며 소리지른 것이 확인되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 일등석 출입문 앞으로 걸아간 뒤 이번에는 기내에 탑승하고 있던 박창진 사무장을 향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며 독단적으로 운항 중단을 지시했다.

하지만 항공기는 이미 미국 JFK공항 7번 게이트에서 유도로 방면으로 운항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에 박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에게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흥분한 나머지 조 전 부사장은 "상관 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디에 말대꾸 하는거야"라며 "내가 세우라잖아!" 라고 서너 차례 소리지르며 호통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기간 내내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 상태였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면서 본인의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었다.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을 직접 확인하고 뒤늦게 여승무원이 견과류 서빙을 했고, 자신이 잘못 알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이번에는 분노의 화살을 애꿎은 박 사무장에게 돌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네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네가 내려!"라고 소리쳤고, 박 사무장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출입문 쪽으로 압박했다.  결국 박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상황이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소동으로 탑승객 247명은 약 20분간 출발이 지연되고 말았다. 하지만 기내에서는 일언반구 사과 방송도 없었다.

▲ '땅콩회항'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러한 사건 정황이 언론에 보도된 뒤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조 전 부사장은 조사 첫 날부터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이 되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사 첫 날이었던 지난 달 8일 오후 4시 경에 여 모 상무 (57세, 구속기소)에게 전화해 '언론에서 항공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으로 하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주문한 정황이 파악되었다.

또 여 상무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신이 아닌 박 사무장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로 소문을 퍼뜨리게 했고 '승무원 동호회(KASA)'에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해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상황 파악이 완료된 가운데, 검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총 5개 혐의로 구속 기소하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첫 번째 재판이 어제 1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되었고 재판장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없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법정 진술이 되었다.

한편 재판에서는 항공기 안에서 사건을 직접 목격한,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하고 유일한 승객이었던 박 모씨가 당시 친구에게 보낸 모바일 메신저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메시지 내용에는 "조 씨가 사무장에게 무조건 내리라고 한다"는 내용과 함께 "큰 잘못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내리고 있다... 지금 몇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 건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한주 기자  hjkim@kore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