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대법원이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판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최판사에 대해 재판 배제 등의 조치를 않다가 형사처벌 받을 게 명백한 상황에서 뒤늦은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대법원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 최 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정식으로 징계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징계위원회는 법관징계법에 따라 정직, 감봉, 견책 중에서 최 판사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고 징계 수위는 정직 1년이다.

그러나 검찰이 최 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할 경우 대법원의 징계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검찰 조사에서 최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2억6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자백한 만큼 법원 징계 수위보다 훨씬 높은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 판사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살거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해지게 된다. 특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뒤에야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최 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대법원이 지금 최 판사를 징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징계는 형사처벌보다 처벌 수위가 약한 만큼 최 판사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징계가 의미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최 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됐던 지난해 4월부터 줄곧 이 사건과 관련해 최 판사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에는 미적거리다가 대법원이 망신을 자초했다”며 “법률가들의 자긍심이 갈수록 없어지다보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날 수 밖에 없을테니 대법원은 의혹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