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욕실서 치매 노모와 장애인 아들 시체 발견

[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서울 송파동의 한 주택가 빌라 3층에서 치매를 앓는 노모와 장애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29일 오후 8시16분쯤 서울 송파동 주택가 빌라 3층 욕실 바닥에 ㄱ씨(75·여)와 아들 ㄴ씨(56)가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두 사람은 어머니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누운 채 숨져 있었고, 욕실 문은 20㎝가량 열려 있었다.

ㄱ씨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외손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은 발견 당시 시신이 부패 상태로 미뤄 사망 후 일주일 남짓 된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 당시 ㄱ씨는 옷을 입지 않았으나 ㄴ씨는 옷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샤워를 하던 ㄱ씨가 욕실 내에서 쓰러졌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머니를 구하려던 ㄴ씨도 잇따라 쓰러진 뒤 그대로 숨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조사결과 ㄱ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뇌병변(4급)과 시각장애를 가진 ㄴ씨는 오랫동안 폐질환을 앓아 거동이 힘든 상태였다.

ㄱ씨는 슬하에 2남 1녀가 있고, 남편이 숨진 뒤 아들 ㄴ씨와 함께 살아왔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고, 경증 장애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수당 지급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쓰러진 그 자리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머니를 어떻게든 하려다 자신도 넘어졌을 수 있고 즉사한 것이 아니라 온전치 못한 몸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숨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사람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나, 유족들은 시신훼손 등을 우려해 부검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선 기자 hscho@kore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