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모습

[코리아프레스=안현아기자]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2008년 의문의 차량폭발로 사망한 헤즈볼라 사령관 이마드 무그니예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합동 작전으로 암살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WP는 그동안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돼 왔으나 CIA까지 관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익명의 전직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 5명의 증언을 토대로 CIA가 미국에서 제조·시험한 폭탄을 모사드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원격조종으로 터뜨리는 방법으로 무그니예를 암살했다고 전했다.

무그니예는 1985년 TWA 여객기 납치사건과 1992년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공격 등 해외작전을 주도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상징적 인물이다.

신문에 따르면 조지 W.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 전쟁 기간 이라크 내 미군을 공격하려는 이란측 정보원과 헤즈볼라 등을 겨냥한 작전에 대한 승인이 내려졌으며 무그니예 암살도 이 가운데 일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WP는 당시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 않던 시리아에서 무그니예를 암살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테러 수법에 가까운 차량 폭탄 공격을 사용한 점은 '적대국이나 적군의 개인을 기만적인 수단으로 살해하거나 상처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노트르담대에서 국제법을 가르치는 메리 엘런 오코넬 교수도 "(무그니예 암살 수법은) 테러범이나 폭력배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오래된 전쟁규범 가운데 하나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무그니예 암살 권한은 대통령 행정명령이 필요한 사안이며 검찰총장, 국가정보국(DNI) 국장, 법무부 법률자문실(OLC)에서도 모두 이를 승인했다고 전직 정보관리는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관리는 "(그 승인은) 무그니예와 관련자들을 찾아내 끝장을 내도 된다는 허가였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또 CIA와 모사드가 무그니예 암살을 수년간 계획했으며 암살 수개월 전부터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무그니예를 추적하며 폭탄 설치 장소 등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전하며, "(암살) 승인을 얻는 과정은 엄격하고 지난했다. 우리는 그가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고 말했다.

안현아 기자  haan@kore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