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지명수배자를 만났음에도 검거하지 않은 전직 경찰관에 대해 직무유기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최종두)는 1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최모(45)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직무유기 및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무유기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직무를 포기함으로써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의 피해를 야기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씨가 우연히 지명수배자를 만나 체포하지 않은 점이 직무소홀은 된다"면서도 "자신의 직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의 피해를 야기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가 들여다본 경찰 전산망은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서 규정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봤다.

 

최씨는 결국 1심과 달리 지명수배 정보 열람으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최씨는 20여년간 경찰로 근무해오며 서울 모 지구대 근무 시절 자신이 돈을 빌려준 지명수배자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A씨로부터 빚을 받기 위해 2012년 3~7월 총 6차례에 걸쳐 경찰 전산망을 통해 A씨의 지명수배 여부, 소재, 검거 여부 등 인적사항을 무단 열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최씨는 같은 해 6월 충북 청주시에서 A씨를 한차례 만났지만 빚을 갚으라는 독촉만 검거는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A씨를 검거하지 않은 행위가 직무유기라는 검찰 측 주장에 "A씨를 만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만났고 불과 몇 분만에 A씨가 도주해 잡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최씨가 A씨를 만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점 ▲A씨를 만나러 가면서 체포에 필요한 장구를 가져가지 않은 점 ▲A씨를 만나러 가면서 담당 부서나 인근 관할 경찰서에 미리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최씨의 행위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형사사법절차 전산화 촉진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6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