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을 마친 문재인 대표가 가볍게 미소짓고 있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박완주 “부도덕, 자질 논란 속에 임명된 이번 총리가 마지막 이길”

- 새누리 이탈 7표는 치명적 손상, 새정치 문재인 첫관문 통과

여야가 2월 내내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안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자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총회가 늦은 이유로 오후 3시가 돼서야 개회했다.

본회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실시하여, 재석 의원 281명에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으로 동의안을 가결 처리함으로써 사실상 신임 총리가 탄생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 처리된 데 대해 일단은 애둘러 ‘안도의 숨’을 쉬는 모양새지만,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은 7표씩이나 나온 것 아니냐는 예상치에 대해 내부적으로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된다.

▲ 새누리당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발언하는 도중에 서청원, 김태호 두 최고위원이 뭔가를 속삭이고 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총 결과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참여한 155명으로, 이 중 최소 7명이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의총이 끝나고 본회의 직전까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찬성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했다며, 이 같은 마음은 마음이 몇몇 의원들에게도 잔존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당내 이탈표가 있기는 했었지만, “나름 고생했던 보람이 있지 않았느냐”는 자평도 내놨다.

김무성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 개개인의 소신데로... 소신이 그대로 발휘된 표결이었다”고 자평하고 “민주정당으로서의 면모가 발휘된 거라 생각한다”고 나름 만족한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오늘 표결 직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완구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분이 최소 9명 있었다는 얘기”라며 “새누리당은 표결에선 승리했지만 국민한테는 졌다”는 내용으로 기자 브리핑을 진행했다.

박완주 의원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라”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표결에는 승리했지만 국민에게는 졌다. 국민이 승리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124명의 참석의원들은 단 한 표의 이탈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었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함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완주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부도덕성, 자질 논란 속에 임명된 인사는 이번 총리가 마지막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이제 시작하는 이완구 총리의 어깨에 바위처럼 묵직한 멍에를 얹어 놓았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일각에서는 국민의 절반이 부적격이라고 믿은 만큼 식물총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즉, 이완구 총리가 국민 전체의 환영을 받지 못한 일부, 반쪽도 모자라는 총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여러 번에 걸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의 실패와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이 청와대와 이완구 신임 총리에게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부정적 인식을 떨쳐내기 어려워, 범국민적 신뢰를 쌓기에는 향후 너무나 험난한 길이 펼쳐져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범야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그다지 반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판은 없다. 비록 ‘이완구 총리 후보’를 명중시켜 떨어뜨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당의 존재감과 되살아나는 ‘야성’, 똘똘 뭉쳐 124표 전원 한목소리를 낸 점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가 된 후 첫 번째 관문인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놓고, 경선 후유증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당내 결집과 단결로 124표의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향후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즉, 이번 이완구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본의회 통과는 ‘여당에게는 쥐꼬리만 한 명분을, 야당에게는 민심을 끌어안고, 일치단결했다는 커다란 실리를 안겨줬다’고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실제로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던 이날 리얼미터가 공개한 조사결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지난 주 대비 5.1%포인트 상승한 31.8%로 나타나 7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대에 다시 진입했다.

특히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같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자간의 병역 기피, 장인이 개입된 땅투기, 강남 타워팰리스 매입 등 각종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국민들에게 그대로 고자질한데 이어 김영란 법과 언론에 대한 발언 녹취 녹음을 전격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혼쭐을 쏙 빼놨고, 나아가 이 같은 점은 여론을 먹고사는 야당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최대한 끌어냄과 동시에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완구 신임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야만적인(?) 야당의원들의 출현으로 완전 만신창이가 됐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특위의 6명 의원은 그간 잠재되어 있던 야성을 확실히 과시하며 먹잇감에 대해 확실히 ‘두들겨 줬다’는 평가다.

때문에 이완구 신임총리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완구 신임총리에 대한 반감의식이나 부정적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과, 이번 표결이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끝에 통과됐다는 멍에로 인해 향후 야당에게서 받게 될 냉대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