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지시간으로 15일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간의 투자-국가 간 소송(ISD)가 열린다. 소송가액이46억7천9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1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송사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15일 오전 미국 현지에서 양측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번 소송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 때문에 46억7천9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1천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2년11월 국제투자부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정부는 합동 대응팀을 꾸려 현지에서 대응할 것이며 심리를 통해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과세는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는 논조로 반론을 펼 예정이다.

◇…이번 소송의 첫 번째 쟁점은 ‘관할권 문제’로 소송의 성립 여부에 대한 것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가 LSF-KEB홀딩스SCA·스타홀딩스SCA 등 론스타가 벨기에에 세운 6개의 자회사들인데, 문제는 페이퍼컴퍼니가 이번 소송의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협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이 회사들을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세금부과 등의 행정적 조치를 해온 바 있다. 반면 론스타는 벨기에 자회사들이 실체가 있는 법인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한국 내 소송에서도 주장했던 바이다.

◇…두 번째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문제이다. 론스타는 2003년10월에 1조3,830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고, 2007년 HSBC에 이 지분을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HSBC에서 지분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정부는 승인 결정을 해주지 않아 2008년9월 HSBC의 인수 포기로 매각은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로 외환은행을 넘겼다. 

따라서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2조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 론스타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불법 행위 여부에 대한 사법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 돼야 매각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정당한 행정절차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론스타는 세금과 관련하여 한국 과세 당국에서 스타타워 및 하나금융 매각 수익에 8천억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실질 소득의 귀속처 등을 고려해 정당하게 과세했다는 입장이다.

◇…국민 세금 수조원이 낭비될 수 있는 재판의 전 과정이 중재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재판과 관련된 내용 일체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이 걸린 사안임에도 정부가 소송 관련 정보를 독점한 채 밀실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최종 결정문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ICSID 규정상 결정문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원고와 피고가 협의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판결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도 모른 채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15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1차 심리 뒤에, 2차 심리는 오는 6월29일부터 열흘간 열릴 것으로 예정되어있다. 

이번 송사는 한국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연루된 것으로, 만약 패소될 경우 물어줘야 할 천문학적인 금액도 금액이지만, 유사한 소송을 부추길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우려가 크다.

한편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운영·매각 과정에서 로비의혹을 시작으로 주가조작, 고배당 논란을 거치며 외환은행을 팔고 철수할 때까지 챙긴 총 수익이 4조7천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먹튀’ 논란으로 얼룩졌던 외국자본의 대명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