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박귀성 기자] ‘법인세 정비 합의’ 여야 해석차, 정국 뇌관으로 급부상... 당·청 “법인세 정비가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법인세 합의 파기한다면 여야 관계는 회복 불능”... 강희용 “나라 곳간 텅텅 비는데 정권은 재벌 곳간만 걱정”... 문재인 “재벌 감세로 서민경제 살린다는 구실은 거짓말!”

▲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방송용 싱크를 하고 있다.

강희용 “박근혜 찍어내기 맛본 여당엔 비겁한 '법인세 침묵'만 흘러”

법인세 조정을 놓고 지난 23일 여야 합의가 파기의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2+2 회동에서 11조5천억원 규모의 메르스·가뭄추가경정예산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법인세 정비’ 문제 역시 당일 합의문에 부대의견의 명목으로 담겨졌다.

법인세 정비 부대의견은 그러나 24일 메르스·가뭄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법인세 정비’라는 문구를 놓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해석은 완전히 엇갈렸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나서서 ‘법인세 정비가 법인세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법인세 조정 자체를 부인하고 나서, 결국 ‘법인세 정비’는 향후 여야간 정국경색의 뇌관이 되고 말았다.

당초 여야는 지난 23일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가 함께하는 ‘2+2 회동’에서 장장 5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정비에 대해 부대의견으로 ‘정부는 연례적 세수 결손 방지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해 대책을 수립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함께 담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문구를 ‘법인세 인상’으로 하자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요구했지만, 끝내 ‘법인세 정비’라는 문구로 합의됐다.

새누리당은 24일 추가경정예산이 순조롭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입장이 돌변했다. 기존에 주장해왔던 ‘법인세 인상 불가’를 서둘러 언론에 흘려냈는데, ‘여야 합의문에 법인세 정비 명기는 향후 여야간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법인세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로 명기한 법인세 정비에 대한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향후 여야 논란의 여지는 명백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저녁 여야가 합의문에 서명한 직후에는 회동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법인세 정비 명기는 법인세를 올린다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여야가 세수 확충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고, 앞으로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의 부름에 따라 청와대 정무특별보좌관과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지금 당장은 법인세 정비란 ‘법인세까지 포함해서 논의한다’는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적당하다. 지금 경제가 워낙 나빠 추경까지 하는데 경제활동 전면에 나서 있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더 거두자는 것은 한쪽으로는 액셀을 밟으면서 다른 쪽으로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합의문에 명기한 법인세 정비라는 문구를 해석했다.

반면, MB정부에서부터 아무리 두들겨도 꼼짝 않던 법인세이기에 ‘성역’이라고 까지 표현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합의로 법인세 인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하던 터라, 법인세 정비라는 해석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를 한다”며 급격히 대여 강공모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는 24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법인세 정비라는 합의 속에는 법인세 정상화까지 논의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만약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파기에 이어 이번 합의안마저 파기한다면 여야 관계는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국회법 정비’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고 대여 공세를 준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해마다 1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으로 인해 추경으로 세입 보전을 매우는 일은 이제 그냥 단순한 과실이 아닌 듯이 보인다. 정부의 고의에 가까운 행위”라고 단정하고 근본 대책이 법인세 인상임을 시사했다.

강희용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추경안 처리되자 ‘법인세 인상 없다’는 못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25일자 논평을 내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말바꾸기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강희용 대변인은 이어 “여야는 2015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소득세 및 법인세 등을 정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어제 추경안 통과 직후 청와대와 대통령 특보,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나서 말을 바꾸고 있다”며 이는 “자기 배는 채웠으니 밥상을 엎어버리겠다는 못된 심보들”이라고 당정청이 ‘법인세 정비’에 대해 ‘말 바꾸기’를 했다고 노골적으로 성토했다.

강희용 대변인은 아울러 “이명박 정권 이래 지금까지 법인세 인하로 나라 곳간은 4년 연속 세수 결손에 시달리고 있다. 세수결손분의 대부분을 세금과 빚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 가는데 재벌 곳간만 걱정한다면 이 정권이 진정 누구를 위한 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행태에 대해 정문일침을 가했다.

강희용 대변인은 다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규제완화와 정책지원이 서민경제에 대한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여러 경제지표에서 나타났듯 거짓말로 끝났다”며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국가가 되어버렸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MB정부로부터 박근혜정부로 이어지는 재벌감세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정했다.

강희용 대변인은 나아가 “여권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을 해야 한다는 양심적 목소리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찍어내기에 혼쭐난 후로는 비겁한 침묵만 흐르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법인세 조정 관련 여야간 합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당은 약속대로 법인세 조정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여권의 말 바꾸기’를 비겁으로 규정하고, 약속 이행 촉구의 목소리를 가일층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2+2 회동 합의로부터 촉발된 법인세 정비에 대한 날선 공방은 내달 초로 잡힌 정부의 ‘2015년 세법 개정안 발표’를 계기로 가일층 격렬해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 이미 ‘말 바꾸기’로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법인세 관련 입장을 ‘성역’의 개념에서 조금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내달 세법 개정안에 ‘법인세 인상안’을 넣을 리 만무하다는 추측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