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박귀성 기자] 국정원 삭제자료 51건, 이병호 국정원장 “내 직 걸고 해킹 불법사찰 없었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 직 걸고 불법 사찰 없었다”... 국정원, 삭제 자료 51건 중 대테러 10·실패 10·국내실험 31... 신경민 “이병호 국정원장은 자료제출 노력한다지만...”

▲ 이병호 국정원장이 27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정원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국회 중앙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국정원 삭제자료가 51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원장 이병호)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복구했다는 삭제자료 51건 포함 해명자료를 제출하고 ‘불법사찰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야당측이 요구한 원본 파일이 없는 2차 내지 3차 자료 형태로만 제출해 야당의 강한 반발을 야기하면서 향후 국정원 해킹 의혹 논란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비공개 현안보고를 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측에 따르면 “사망한 전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자료는 총 51건으로 대북용과 대테러용이 각각 10건씩 제출됐지만 ‘잘 안 된’ 10건에 31건은 국내 실험용으로 보고됐다”며 “국정원이 밝힌 ‘잘 안 된’ 자료는 대북 감시의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심어 해킹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건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또한 이날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강하게 제기하자 “내 직을 걸고 불법 사찰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다시 “국내사찰은 전혀 없었고 RCS(원격조정시스템) 가지고는 카카오톡조차도 도청이 불가능하다”며 “내가 아는 한 전직 국정원장들도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 전직 원장들이 사찰한 것을 드러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RCS 관련된 일은 임 과장이 주도적으로 해왔고, 그가 사망해 상당부분 알 수 없게 됐다”고 해명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이 사건과 관련 이례적으로 성명을 낸 것도 내 책임”이라고 발언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로그파일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정원의 모든 보안이 많이 노출돼 원본 제출은 있을 수 없다”며 “원본을 제출하면 세계 각 정보기관들이 국정원을 조롱거리로 삼을 것이라, 국정원에 와서 보는 것은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날 가장 큰 쟁점사안 가운데 하나였던 ‘민간인 사찰 의혹’의 단서였던 SK텔레콤 3개 IP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원 자체 실험으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국회 정보위원 소속 야당측 위원들은 일제히 “국정원이 불성실하게도 구체적인 핵심 자료를 제출을 피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고 상임위 현안질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서울 영등포을)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야당측이 요구하는 자료들은 거의 제출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총 34개를 요구했는데 단 몇 개뿐이고 그마저도 ‘해당 무’라고만 왔다”며 “이병호 국정원장은 노력해보겠다고만 반복할 뿐 실제적으로 노력할 의사를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같은당 문병호 의원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 국정원은 2차, 3차적 자료만 제출했는데, 우리당은 당초부터 원본이 필요하다고 했지, 복사본이나 가공본 같은 짝퉁자료를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2012년 대선 당시 댓글사건 때와 판박이 대응을 국정원이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