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 “DJ 경륜 그립다”, 김무성 “민주화와 남북화해 상징”... DJ 차남 김홍업 “제2, 3의 김대중 대통령 속히 나와야”... 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식, 새정치와 신당파 기싸움 팽팽... 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 송영길 참석 "내년 총선 출마 마음 굳혔다" - 추모식 전경 스케치

▲ 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식이 18일 국립현충원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식에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18일 서울 동작동 소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된 김대중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대대표, 안철수.김한길 두 전 공동대표, 마지막 적통 박지원 의원 등 당내 유력인사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국민연대와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박주선 의원 및 이번 재보선에 성공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일전에 탈당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신당파로 알려진 인물들까지 야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추모객에 감사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집결한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리더십을 찬양하거나 “김대중 대통령님이 그립다”는 등 저마다 ‘DJ의 적통’을 자처하고 나섰는데, 이런 해석 이면에는 이들이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짜맞춘 듯 동일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모처럼 모인 야권의 어깨들끼리 ‘적통성’ 문제를 두고 마주치는 상대와의 불꽃 튀는 기싸움도 자못 팽팽했다.

▲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는 김무성 문재인 여야 두 대표

이에 앞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추도식에서 신당창당 또는 탈당 인사들이 은근히 세를 과시하는 시위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특히 최근 야권 내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야권재편’ 논의 역시 이날 추도식이 그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을 치기도 했다.

▲ 송영길 인천시장은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본지 기자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특히나 내년 4.13총선을 앞두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신당설 안에는 ‘DJ 정신 계승’ ‘DJ의 적자. 적통’ 등 DJ 계승이 가장 큰 명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주승용 의원 등은 DJ 계승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우리만치 적통성을 강조하고 있고, 천정배 의원은 이미 DJ 정신을 계승할 참신한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일찌감치 선언했었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같은 야권 명분 쌓기와 신당창당의 기싸움에 대비하고자 최근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등으로 적통성에 대해 가일층 강화라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권의 단결을 강조했던 점을 들어 신당 창당 바람과 분당의 움직임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참석인사 가운데, 한동안 표면적 정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젊은 정치인 김민석 전 의원이 보다 밝은 표정으로 추모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는데, 과거 ‘민주당’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며 60년 정통 야당을 자처하고 있는 민주당에 김민석 전 의원이 소속되어 있는 것도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야권에서 ‘도로 민주당’설이 심심찮게 솔솔 새나오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 역시 추모식장에서 몇몇 익숙한 호남계 인사들의 입을 열어보려 노력했고, 일각에서는 추모식장에서 신당 관련 무슨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표를 비롯 야권 원로들, 야권 유력인사들, 호남권 골간 당원들 입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얻어낼 수 없었다.

박지원 의원만 이 문제와 관련 “그 분(신당 창당을 주장파)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를 했다. 신당 대표로 온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왔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런 자리에서는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남북관계에 있어 지도력을 발휘하셨을 텐데 답답하다”는 정도의 의중을 드러냈을 뿐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현장 워딩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남북화해에 힘을 모으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일의 문을 연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가 없었으면 정치 이념적으로 치우친 나라가 됐을 것”이라며 “경륜이 새삼 그립다”고 감회만을 밝혔을 뿐 신당파 내지 탈당파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은 추모객에 대한 감사 인사에서 “아버님이 노력해 남북관계에 큰 성과를 냈지만 쉽게 무너지는 것을 봤다. 어머님이 불편한 몸으로 아버님이 닦아놓은 길을 다녀왔다. 제2, 제3의 김대중 대통령이 속히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이는 DJ의 적통으로의 리더십과 정견을 겸비한 2인자가 아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추모식 내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이날 추도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경례로 시작하여 추모의 총 발사, 묵념 및 육성영상 상영, 추모 노래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이희호 여사는 추모식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었다.

추모식장 입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등이 보낸 조화들이 행렬을 맞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지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기상천외의 직격탄을 날렸던 노무현 대통령 장남 노건호 씨는 본지 기자가 “봉하마을 추도사를 후회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빙그레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 역시 본지 기자에게 "내년 총선 출마에 마음 굳혔다"면서도 구체적인 지역구나 전략,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야권 일각에서 ‘뻔뻔 김무성’이란 별명을 얻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모식에 참석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만든 지도자이자 남북 화해의 길을 걸은 분”이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극찬했다. 하지만, 총선을 겨냥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오픈프라이머리 등 주요현안 질문에는 “추모식에서는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일축했다.

여당의 대표로서 과거 여당 당수들이 보이지 못했던 광주 민주화혁명묘지 참배나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등 야권과 호남 껴안기 행보를 과감하게 보이고 있는 김무성 대표를 두고 야권에서는 당초 ‘뻔뻔스럽다’는 식의 비아냥성 별칭을 붙였으나, 김무성 대표가 이같은 행보를 멈추지 않고 더욱 철저히 야권 행사 참석을 챙기자 이제는 애교적 ‘뻔뻔 김무성’이라며 김무성 대표의 참석을 낯설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