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폐업한 고려대 명물 ‘영철버거’를 살리겠다며 학생들이 모금에 나선 지 이틀 만에 3914만원(17일 오후 1시 기준)이 모였다. 학생들은 당초 한 달(9월 15일~ 10월 15일) 동안 800만원을 모금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틀 만에 5배 가까운 자금을 모은 것이다. 후원 마감일까지 28일이 남아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모일지 관심이다.

고려대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철버거 지원금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만 1395명. 5000원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후원한 사람도 있다. 대개는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인데, 고려대 인근 주민, 연세대 학생, 영철버거를 한번 맛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1000 원짜리 버거를 팔면서 이름을 알렸던 영철버거는 고려대 명물로 불렸던 패스트푸드점. 이영철(47) 대표가 2000년 고려대 앞 노점상으로 시작해 고려대 후문에 매장을 마련했고, 학생들을 위해 매년 2000만원의 장학금을 고려대에 기부하는 등 고려대 학생들과 인연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 영업 적자로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그런 영철버거를 살리겠다고 나선 후원자들은 저마다 영철버거와의 추억을 갖고 있었다. 크라우드펀딩이 진행 중인 인터넷사이트 ‘와디즈’에 올라온 후원자들의 추억담은 각양각색이다.

이창욱씨는 “2007년 ‘영철버거 빨리먹기 대회’에서 1등한 학생인데, 지금은 직장인이 됐다”며 “VIP신청을 하고 간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30만원 후원한 사람에게는 VIP멤버십 카드가 주어진다.

영철버거의 리어카 노점 시절부터 추억이 있다는 졸업생들도 있다. 고려대 00학번이라고 밝힌 김우중씨는 “학교 방송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힘든 밤샘 작업을 하면서 영철버거를 먹으며 힘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또다른 00학번 하주연씨는 “영철아저씨 리어카 때부터 영철버거를 사먹었던 졸업생”이라며 “(영철버거가) 2000원이어도 괜찮으니 재기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영철버거를 먹은 추억이 있다는 후원자도 있다. 고려대 82학번이라고 밝힌 송선용씨는 “딸이 현재 고려대에 재학하고 있는데, 딸의 대학입시 때 영철버거를 맛있게 먹은 추억이 있다”며 힘내라고 응원했다. 99학번 백성원씨는 “재작년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에 방문했을 때 영철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고려대 인근 주민과 연세대 졸업생도 글을 남겼다. 김종만씨는 “고대생은 아니지만 종암동에 살면서 영철버거에 여러 번 갔었다”며 “폐업한 줄도 몰랐는데 큰 돈은 아니지만 힘을 보탠다”고 했다. 연세대를 졸업한 허장원씨는 “십여년 전에 딱 한번 (영철버거에) 가봤는데 남의 동네 일 같지 않다”며 “형제의 동네에 도움이 됐으면 해 작은 힘을 보탠다”고 했다.

이번 펀딩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영철버거 이용권이 주어진다. 5000원 후원자는 영철스트리트버거 1개, 5만원 후원자는 프리미엄버거 콤보 2개와 스트리트버거콤보 2개를 받는 식이다. 다만 이용권은 크라우드펀딩이 종료되고 영철버거가 다시 문을 연 뒤에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고려대 경제학과 이승주(22)씨는 “새로운 추억을 쌓고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