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문재인 불출마 선언 철회, 부산지역에 출마하라”.... 문재인 “숙고해보겠다”지만, 안철수는 사실상 “거부!”... 혁신위 “안철수·김한길 등 중진들 살신성인 모범보이라”... 혁신위 “박지원 같은 사법판결은 OUT!”... 심하지 않나?... 박지원 “검찰에 공천권 자진 헌납하겠다고? 안돼!” 반발... 조경태 “문재인 비판이 해당행위? 문재인 1인 사당이냐?” - 기사 요약

▲ 혁신위에 의해 취약지역 출마를 압박 받는 안철수 전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23일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는 23일 11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내 전현직 대표와 중진의원들에 대해 살신성인과 백의종군을 강조하며 열세지역에 출마해 당에 희생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재인 대표에게도 부산지역에 출마할 것을 촉구했다.

혁신위는 나아가 안철수·김한길 등 전직 대표들과 중진위원들에게도 열세지역에 출마하라고 촉구하며, “당의 단합은 희생에서 얻어진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모범을 보이라”고 당내 터주대감들에게 ‘희생’을 강조했다.

혁신위가 이날 발표한 혁신안 가운데 특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은, 예비후보자 이전에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박지원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 혁신안에 의해 사법상의 이유로 공천 배제 대상이 된 박지원 의원

또한 고강도 인적쇄신안은 이미 이날 당무위에서 통과시켜 당내 파장이 예상된다. 혁신위는 이날 공천심사관련 인적쇄신안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당무위에서 의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감동은 의무가 아니라 ‘희생’에서 나온다”며 “문재인 대표는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에서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주문하고 “우리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의 백의종군, 선당후사가 필요하다”고 중진의원들의 ‘희생’ 딱지를 덧붙였다.

김상곤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전직 대표들은 분열과 좌절을 넘어 통합과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을 실천해 달라”며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실명까지 열거하며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혁신안은 이와 관련 “예비후보자 이전 하급심(1·2심)에서 비리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하급심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는 주문까지 곁들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 당규에는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만 공천에서 원천배제’시켜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비리 및 성범죄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유죄 판결 없이 기소 상태만 되어도 공천심사 시에 정밀검증 대상에 넣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내 중진이란 3선 이상 비주류 의원들이 대부분으로 혁신위의 혁신안이 이들을 물갈이할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게 됐다. 다만, 386과 486 세대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학생운동권 출신)은 일부 해당자를 제외하고는 혁신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혁신위는 또한 ‘당의 관용 없는 결단’도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당적 박탈은 물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전 상임고문 등과의 통합을 바라는 문재인 대표의 의중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내용이다.

▲ 혁신위에 의해 해당행위자로 낙인찍힌 조경태 의원

혁신위는 특히 조경태 의원을 ‘콕! 찍어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조경태 의원을 비롯한 해당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조경태 의원의 반발은 물론 기타 당내 불만이나 강경입장에 대해 원천적인 봉쇄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혁신위의 발표에 대해 거명 등 확실하게 지목된 대상이나 우회적으로 표현되어진 당사자들은 즉각 불만 내지 반발심을 드러냈다.

혁신안이 곧 직격탄이 되어버린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강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며 최고 강도의 반발까지 표출했다.

안철수 의원도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주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치를 시작했다”고 정치 입문 배경과 의지를 설명했는데, 이는 혁신위의 제안을 분명하게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에 대해 “혁신위가 나름대로 노력해서 부정부패를 새롭게 강조한 부분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제가 이야기한 부정부패에 대한 3가지 원칙에 대한 강조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해, 혁신위의 혁신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로부터 ‘거명’을 받은 조경태 의원은 자신이 해당행위자로 몰린 것을 두고 “황당하기 그지없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문재인 당 대표에 대해 비판한다는 이유로 해당행위자라면 이 당은 개인(문재인)을 위한 사당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이미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던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부산 출마를 요구받은데 대해 “혁신위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해 향후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지역에서 출마할 것인지 여부가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끌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한 내년 총선에 출마할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담당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조은 교수는 당내 주류와 비주류 모두 인정할만한 인사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의 전신)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경력이 있는데, 전남 영광 출신으로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