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우리나라 2류 방송국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지난 5년간 시청자와 기자들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점차 하락하여 신뢰도의 경우 순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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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일 MBC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폭로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과천)은 2일 국정감사에서 MBC가 경영진의 연이은 실책으로 2류 방송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MBC 경영진의 실책을 관리·감독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MBC의 위기를 키웠다고 밝혔다. 송호창 의원은 MBC가 잃어버린 3가지로 우수한 인적자원, 세월호 보도의 교훈, 책임경영을 제시했다.
첫째, 우수한 인적자원의 상실이다. 2012년 파업참가자 200여명에 대한 부당 해고, 징계 등으로 숙련된 전문 인적자원들이 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됐다. 이는 보도·교양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각종 신뢰도와 만족도 조사에서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보도교양 프로그램에서 방송심의 처분 결과는 MBC가 8건으로 KBS, SBS의 2건보다 4배 많았고, 윤리적 수준에 대한 심의에서도 MBC는 18건으로 7건씩인 KBS, SBS보다 많았다. 시청자만족도 평가(KI 지수)에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채널평가지수에서도 공정성, 신뢰성, 공익성, 유익성, 다양성 등에서 꼴찌였다.
한국기자협회의 언론사 신뢰조사에서도 2009년 14.3%로 2위였지만 2015년에는 1.1%로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미디어오늘의 전국범위 매체 취재기자 설문조사 결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뉴스 방송사’에 MBC는 0%의 굴욕을 겪었다.
언론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어워드에서도 2012년 이후에는 신뢰성과 공정성 모두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시사인의 한국언론 신뢰도 조사에서는 2010년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였던 MBC가 2015년 6위로 밀렸고, 반면 가장 불신하는 매체에서 같은 기간 6위에서 2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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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호창 의원실이 2일 공개한 각 방송사 관련 도표. 특히 MBC 방송국의 추락이 눈에 띤다. |
언론계 종사자, 시청자, 학계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지만 MBC 경영진의 대책은 경력기자 68명의 채용만 있었다. 반면 기존 기자들 50여명은 비제작 부서로 배치해 기자업무에서 배제시켰다. 그 결과 파업 이후 채용된 기자들에게 리포트가 집중되면서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
둘째, 세월호 오보 등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MBC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으면서도 자화자찬식의 보도평가를 했다. 또한, MBC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서도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룬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시사매거진 2580>외에 전혀 다루지 않았다. MBC의 사회적 이슈를 외면은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MBC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신속하게 대처했다”, “특보체제를 유지하면서 상세히 보도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자화자찬했다. 또한, MBC는 세월호 유족에 대한 보도량이 적다는 지적에도 합리성이 떨어져 지상파 방송에 담기에는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KBS는 <추적60분>, <시사기획 창>, <뉴스9> 등에서 특집을 구성했다. SBS도 <뉴스토리>, 특집다큐, <궁금한 이야기 Y> 등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반면 MBC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룬 것을 제외하고 세월호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추석 중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명절을 보냈지만 MBC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의 MBC는 유가족 관련 보도를 해 서울 MBC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MBC의 외면은 시청자들의 MBC시사교양프로그램 외면으로 이어졌다. 2010년 시사교양 상위 20위 안에 7개가 있었지만 2014년에는 <리얼스토리 눈> 단 한편만 올라갔다. MBC 역시 경영평가보고서를 통해 <PD수첩>과 같은 심각한 부진이 2012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며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사교양프로그램의 활성화는 어렵다고 인식했다.
MBC 스스로 시사교양의 문제를 잘 알고 있음에도 경영진은 2014년 교양국을 해체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초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었던 <불만제로 UP>이 없어졌고 다큐멘터리의 외주제작은 늘어갔다. 해체된 교양국의 PD들은 예능과 제작부서로 전출됐다.
셋째, 책임경영에 실패했다. MBC는 징계파업참가자들에 대한 무리한 해고와 징계로 소송에 연이어 패소했다. MBC는 당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노력보다는 무리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의혹에 대해 내부감사에서는 무혐의를 냈지만 법정에서는 본인도 혐의를 시인하고 유죄가 확정됐다.
MBC 경영진은 파업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계속 패소하고 있음에도 막대한 소송비용을 회사부담으로 지급하면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약 40여 건의 소송 중에는 노조 측이 33번을 이겼고 가장 핵심적인 공정방송이 근로조건에 해당된다는 판결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MBC는 징계자들의 책임만 강조하거나 법원 탓만 하고 본질적인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반면, MBC의 경영진들은 전임자들이나 자신의 잘못에는 매우 관대하거나 두둔했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김재철 전 사장의 업무상 배임에 대해 MBC는 선처 탄원을 제출했다. 또한, 내부비리를 바로 잡아야 할 감사가 나서서 “사업상 구상을 하러 간 것”이라는 등의 해명에 앞장섰다. 내부감사에 소홀한 책임은 전혀지지 않는 것이다.
2014년 적자가 270억원이나 됐지만 본사임원의 임금인상은 8.5%나 됐고, 지역사 사장들도 같은 수준의 임금인상이 됐다. 반면, 17개 지역사의 임금성 상여금은 미지급됐고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영상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챙기는 경영진의 행태는 MBC 전반의 책임경영 실패로 이어졌다.
위기를 방치한 방문진, 향후 위기를 더 키울 수도
MBC 경영진의 실책은 방문진이 바로 잡아야 했다. 그러나 방문진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문환 전 이사장은 작년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오보 등에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아무런 개선방안 제시나 책임을 묻지도 못했다. 지난 9기 방문진 이사회는 이사회의 대부분을 MBC의 경영개선과 공공성 강화와 같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회의록 공개방식 등에 관한 논쟁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새로 구성된 10기 방문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점이다. 9기 이사회에서 감사를 역임했던 고영주 이사장은 감사로 재직할 당시 대법원의 이상호 기자 해고무효 판결에 대해 법원이 기자들의 눈치를 봤다는 평가를 해 문제의 핵심을 왜곡했다. 또한, 고영주 이사장은 MBC의 신뢰성 등의 하락이 모든 지표에서 명확함에도 “애국진영에서는 MBC가 공정하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처럼 객관적인 상황마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고영주 이사장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으로서 유가족을 떼쓰는 사람들에 비유하는 등 편향성까지 보이고 있다. 다른 이사들 역시 편향성을 보이거나 현 MBC 경영진을 적극 두둔하고 있어 MBC의 위기를 오히려 키울 우려가 있다.
송호창 의원은 “국민에게 사랑받던 MBC를 몰락시킨 경영진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창 의원은 “방문진과 경영진은 징계의 악순환부터 바로잡아 우수한 인력들이 제작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송호창 의원은 또한 “MBC는 소송비용 등을 공개해 공공성을 높이고,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MBC를 보며 방송인을 꿈꾸던 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확장된 상암사옥만큼이나 MBC의 공공성과 시청자의 꿈도 함께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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