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6일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한 후 사찰측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조계사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신변 보호 요청을 받아들일 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는 일단 내일 19일 오후 다시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18일 “한상균, 12월 초까지는 나가달라”는 제목으로 ‘조계종이 12월초까지는 한상균 위원장에게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단독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변인은 즉각 문자브리핑을 내고 “조계사에 피신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조계종이 12월초까지 나가달라고 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는 악의적”이라며 “또한 민주노총이 12월초까지 나가겠다고 한 사실도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사실 관계를 분명히 했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6일 저녁 경찰의 추적을 피해 조계사로 피신할 당시 이용했던 소나타 승용차. 한상균 위원장은 18일 현재 조계사측에 신변보호와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측은 고민에 빠졌다.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조계사 내부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관계자들은 일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추측성 이야기만 설왕설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오늘 오전 조계사 스님들과의 비공개 면담을 갖고 “갈 데가 이 곳밖에 없다”고 신변보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한상균 위원장이 묵고 있는 템플스테이를 방문하는 등 상호접촉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측에 신변보호를 요청과 동시에 이번 사태에 대한 중재를 조계종 종단 화쟁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화쟁위원회는 이에 대해 내일 오후 2시 비공개회의를 통해 신변 보호와 중재 요청에 관한 공식입장을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상균 위원장의 사태 중재 요청서에 “저희들이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먼저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민주노총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회적 약자, 비정규 문제 등 이 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당장 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늘 고통 받는 중생과 함께 하시며 아픈 이들을 보듬어 오신 부처님의 넓으신 자비심으로 저희들을 보듬어 주실 것을 대한불교조계종과 조계사에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무례하고 어려운 부탁이라도 부처님 화쟁의 마음으로 껴안아 주실 것을 거듭 청원합니다. 더불어 항상 사회적 약자 문제에 고민하면서 앞장서 오고 있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 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에서 만약 조계사에서 나가라는 ‘퇴거 결정’을 내리고, 경찰의 체포에 협조할 경우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 현장에서 즉각 체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 24일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다 경찰의 체포망을 피해 이곳 극락전으로 피신한 철도노조 집행부의 경우 ‘집에 들어온 불쌍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며 사실상 조계사측에서 신변보호를 받아들여 사태가 장기화됐던 적 있는 조계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