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이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최근,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및 원내지도부와의 협상과정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합의를 해줬다는 보도와 당 내외 및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지도부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테러방지법’에 대해 ‘처리해주는 것’이 아닌 ‘합의 처리한다’라는 문구로 새누리당과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 여야 6개 항목 합의에 대해 설명한 새누리당 소속 안 중진 의원의 문자 내용

국회 여야가 쟁점 사안을 놓고 논의에 들어갈 경우에는 합의문에 들어갈 문장은 물론 자구 하나, 토씨 하나까지 따지기 마련이고 아무리 큰 범위의 합의라도 합의문 작성과정에서 합의문에 들어갈 문장을 비롯한 단어까지 꼼꼼히 따져 여러 각도에서 서로 유리한 쪽으로 사용하려 막판 다툼을 벌이게 마련이다.

본지 기자가 확보한 새누리당 의원측 휴대폰 문자 화면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논란이 된 테러방지법은 합의서 6개 항목 가운데 테러방지법을 언급한 5번째 항목으로 아직은 합의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직전 여야가 합의한 6개항목의 합의서

해당 문자화면에는 9일 처리될 6개 항목 가운데 1번과 2번, 6번은 이미 ‘처리하기로 합의’로 됐고, 3번과 4번, 5번 항목은 ‘합의 처리한다’로 되어있다. 문자화면에도 이에 대해 친절하게 앞으로 ‘합의 처리’한다는 내용의 설명도 곁들여 있다.

실제로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지난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여야 협상에서 그 동안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관광진흥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본회의에서의 처리에 합의한 것이지, 테러방지법 내용과 관련 여야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 각 진보성향의 매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당과 ‘테러방지법’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비난에 직면했다”는 취지로 보도를 내면서 이와 동시에 나름대로의 해석을 곁들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테러방지법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테러대책회의’를 구성하고 국정원장 소속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국정원이 대테러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정원은 기능과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재야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오래전부터 민간인 사찰이나 대선개입 사건, 대통령 기록 유출사건,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시민 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국정원에 대해 ‘개혁’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테러방지법은 오히려 국정원에게 더 큰 권한을 주어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