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 폐쇄, 북한 아닌 정부 통제가 피해 키워”, 김무성 “특별법 제정해서라도 개성공단 피해업체 지원할 것”, 김종인 “개성공단 폐쇄 우리경제 큰 타격, 북한엔 영향 별로”, 심상정 “개성공단 안보가치 엄청나, 경제로 안보를 산 셈”, 홍용표 통일부장관 “개성공단 입주업체 피해 최소화와 지원에 정부 역량 집중” - 기사 요약

개성공단 폐쇄 관련 야권과 재계, 개성공단 입주업체 반발이 ‘후폭풍’되어 개성공단 폐쇄를 직접 승인한 박근혜 대통령과 무대책으로 개성공단 폐쇄부터 강행한 정부, 개성공단 폐쇄를 엄호사격한 새누리당을 강타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부산하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정기섭 회장이 12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개성공단 폐쇄 관련 간담회에 참석 개성공단의 실상을 성토하고 있다. 정기섭 회장은 이날 여야 4당 모두와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비상대책위를 주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 입주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정기섭 회장과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협회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여러분 심정이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할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김무성 대표는 또한 “(비록 뒤늦게나마) 정부가 합동대책반을 구성해 급히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충분하고 신속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대책 마련 과정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법령과 제도로 한계가 있을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피해복구 의지를 천명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고충과 어려움이 크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지원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우리 기업인들이 개성에서 안전하게 모두 나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정부의 역량을 기업인 여러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하는 데 쏟아부을 것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정부‧여당을 믿고 협조해 달라”고 위로와 격려, 약속을 동시에 쏟아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정기섭 회장과 간부들은 이날 종일토록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야3당 모두와 각기 간담회를 갖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 상황과 정부의 무협의 무대책, 무조건적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성공단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공단에 입주하신 분들의 심정이 어떠하실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면서 “정부가 배려하지 않고 긴박하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정부의 무대책 무협의 무조건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다시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경제에 큰 손실이지만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신통치 않다”면서 “야당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해결방안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정부를 향해 경제적 손실을 어떠한 형태로 보전할지에 대한 촉구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또한 “죄가 있다면 잠재적 위험에도 정부를 믿고 열심히 기업을 운영했다는 것인데, 너무 가혹하다”며 “어떤 사전 협의도 손실을 최소화할 말미조차 주지 않은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무대책 개성공단 폐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전 대표는 이어 “우리에게 있어 개성공단이란 남북협력의 상징이고,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개성공단의 가치를 어찌 금전적인 논리로만 평가할 수 있는지 참담하기만 하다”면서 “개성공단의 안보적 가치도 엄청난 것이다. 공단 조성 이전에 개성은 북한 정예 병력의 주둔지였다. 경제로 평화를 샀다고 해도 사실 과언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정기섭 회장이 이날 새누리당과 야3당을 두루 돌며 간담회를 갖고 발언한 내용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살려달라’,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매도하지 말아 달라’ 등 대부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읍소와 성토였다.

정기섭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소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예정된 비상총회에 앞선 정부대책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보고는 “정부의 입주기업 대책이 3년 전(MB정부 당시 개성공단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일)과 똑같다”며 “3년 전 (정부의 피해 입주기업 관련 대책 마련) 선전브리핑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고 박근혜 정부의 사후 대책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해놓고도 이날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란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과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공과금 납부 유예’ 등이 주요 골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 대책 발표에 대해 “피해를 매워주는 게 아니라 빚을 내준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2013년에도 똑같이 빚을 내야 했고 아직도 원금상환을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번에도 유예해 준다고 해서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 “정부 대책 발표를 들으니 더 막막하다”고 성토를 쏟아냈다.

정기섭 회장은 비상총회 모두발언에서 “우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원이 아닌 책임을 져야한다. 지난 2013년 당시 재가동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 이라도 느꼈지만, 지금은 1-2년 동안은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절망감이 더욱 크다”고 주장했다.

정기섭 회장은 “향후 얼마나 긴 싸움이 될 지 모르겠다. 억울한 맺힘을 풀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했고, 운영함에 있어 모두가 적극 참여해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향후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다졌다.

정기섭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가 정부 책임이라고 단정한 것과 관련해선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밖에 없다 해도)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는데 그걸 못하게 한 것은 정부”라며 “언론보도는 북한이 자산 동결로 못 갖고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가 출입통제를 먼저 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신청했던 대로 인원이 들어가서 여러대 화물차가 갈 수 있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기석 회장은 이에 더 나아가 “정부와 정부끼리 합의는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알고 기업은 그걸 믿고 갔는데 조그만 구멍가게를 영업정지 시켜도 필요한 예고 기간이 있고 청문 절차가 있다”면서 “남북교류협력법에도 승인과 취소 과정이 다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적이냐, 북한군이냐, 왜 휴일에 불러서 그런 결정을 갑자기 하느냐!”고 분개했다.

정기석 회장은 끝내 “2일 동안 차량 한 대 씩 통행을 허가해줄테니까 필요한 거 내오라는 게 말이 되냐!”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 당시 우리 정부의 통제 내용을 폭로했다.

정기석 회장은 심지어 “2013년 개성공단 운영 중단 사퇴 이후 남북 당국간 재가동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합의는 담화 하나 토씨 하나까지 대통령 보고 이후 합의가 됐다”면서 “‘남북은 정세 영향 받음 없이 공단의 안정적 운영 보장한다’고 해서 다시 운영을 하게 됐다. 그 이후에 각 사업장 단위로 월급 더 달라, 복지후생 늘려달라는 요구는 있었지만, 공단을 관리하는 북한 당국차원에서 공단 운영을 방해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이번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대책하며, 무조건적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