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가 문재인을 옹호하려 김종인을 실컷 두들겼다. 정청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현재 새로 구성된 지도부를 향한 맹렬한 폭격을 가하며 그간 궁지에 몰렸던 문재인 전 대표를 연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의 ‘문재인 지원 김종인 맹폭’은 지난 4월 13일 총선에서 절반의 승리로 잔뜩 기가 오른 당내 전당대회 등 차기 주도권 경쟁을 앞두고 계파간 본격적 힘겨루기가 점화된 양상이다. 이에 반해 지난 비대위까지만 맡겠다던 김종인 대표는 이제 와서 은근히 방향을 틀고 제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새롭게 ‘신 비대위’를 꾸린 모양새다.

▲ 정청래 문재인 지원사격인가? 김종인을 위한 각개전투인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포가 최근 연이어 김종인 대표를 향해 맹폭을 가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를 옹호하는 시점도 미묘하다. 하필 김종인 대표가 새롭게 비대위를 꾸리면서 또다시 은근슬쩍 전당대회 경선 없이 ‘대표’ 추대를 바라는 의향을 내비친 시점과 교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문재인 전 대표 체제와 김종인 대표 체제가 기싸움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졌다.

정청래 당대포가 17일 또다시 김종인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연 것은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승리’를 함께 맛보기는 커녕 ‘왕따’의 모양새로 당외로 맴돌고 있는 시기에 당내에선 ‘김종인 추대론’이 튀어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산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불의한 사심을 갖고 당을 말아먹으려 호시탐탐 염탐하는 세력은 불퇴전의 각오로 응징하겠다”면서 “사심공천 전횡을 휘두른 5인방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김종인 대표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효력사 1발을 날렸다.

정청래 의원은 다시 “총선결과를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셀프 수상’의 월계관을 쓰려는 자들은 자중자애하라!”면서 “더민주 지도부의 헛발질은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범죄행위였으며, 마구잡이 공천은 총선승리를 열망하는 국민과 지지자에 대한 이적행위였다”고 집중사를 날렸다.

정청래 의원은 나아가 “사심없는 시스템공천을 하고 비례공천 파동 없이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방문을 훼방 놓지 않았다면 더민주가 과반의석은 확보했을 것”이라면서 “새누리 패배는 국민이 시킨거지 당지도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착각하고 오버하지 마시라. 더민주 지도부는 양심적으로 현실을 직시하라”고 맹폭을 퍼부었다.

정청래 의원의 이날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니다. 우선 자신부터가 이번 공천의 희생양이다. 알토란같이 잘 다져놓은 텃밭 서울 마포을 지역구가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로 굴러들어온 돌의 전략공천지역구가 되고 말았다.

아울러 지난 총선 이전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극구 말리는 광주 호남행을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 막판에 접어들자 보다 못해 일방적으로나마 2차례 지원유세를 다녀왔다. 총선 후 개표에서의 정당지지율은 국민의당이 51%였고, 더불어민주당은 49%로 나왔다.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김용익 의원은 이날 정청래 의원의 트위터 글을 보곤 “사심공천 전횡을 휘두른 5인방 공개 빨리 해라. 궁금하다”고 옹호했다.

정청래 의원은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론을 겨냥해선 “정권교체의 엔진은 당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으로, 계몽군주, 절대군주는 정권교체의 엔진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권한 이전에 당원권한을 위해 폭풍입당, 총선 후 입당 러쉬, 그 신화가 정권교체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입당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합의추대론’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누구 하나 딱히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다. 다만, 총선 이전부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표명했던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된 경선을 통해 당의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 합의 추대는 당의 활력을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을 뿐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