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료보완을 요구한 것은 단순한 보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도 높은 자구책에 대한 촉구이자 이에 더 나아가 한진해운과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 차원까지도 내다보고 이를 독촉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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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오후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를 첨부해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산업은행은 신청서는 접수했으면서도 보완 자료를 추가로 요구했다. |
더욱이 한진해운 채권단 자율협약이 결정되기 직전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의 제수 최은영 회장이 두 딸과 함께 보유한 한진해운 관련 주식 전량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형국이며,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최은영 회장 일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공식적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이번 자율협약 신청서에는 1. 영국 런던 사옥(666억9,000만원) 처분 등 자구계획 2.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 3. 채무재조정 등 채권단 의결 내용을 성실히 따를 것 약속하는 각서 등이 함께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역시나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의 사재 출연에 관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추가로 보완은 요구하는 내용은 이번 신청서에 용선료 협상 방안 등 자구안의 구체성이 떨어져 있다는 것인데,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측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 없이는 자율협약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자율협약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 등에 대한 사재출연 압박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이날 산업은행의 보완 대책이 무엇인지를 후회적으로 시사했다.
한진해운의 이번 자율협약 신청 사례는 현대상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역시 조만간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에 대해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향후 해운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선 이번 한진해운의 사례를 최대한 보기 좋은 모양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추가로 보완한 자료를 제출받은 다음에야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이번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은 정부와 채권단(산업은행) 주도의 해운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여타할 실익을 내지 못하고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악성 영업에서 빠져나오진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양대 해운사는 이제 그 경영을 국가에 맡기는 수 밖에 없게 됐고, 정부와 채권단은 부실 기업끼리 구조조정을 해서 합병하거나 생존 가능성이 큰 어느 한 곳으로 지원을 집중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 중에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가장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구조조정 방식은 단일선사 체제 구축을 꼽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관련 대책회의’에서 김영석 장관은 “선사 간 인수합병(M&A)은 3개 동맹으로 축소 재편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대 국적선사 뿐 아니라 국내 해운 항만 물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 이번 구조조정이 숫자는 줄이고 덩치는 커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을 암시했다.
김영석 장관이 이날 언급한 3개 동맹이란, 지난 20일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CGM, 범중화권 선사인 CCSG, 대만 해운업체 에버그린, 홍콩 해운업체 OOCL가 새로운 해운 동맹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을 맺으면서 내년 4월 공식 출범한다. 세계 1위 2위인 머스크와 MSC가 구축한 최대 동맹 ‘2M’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2강 체제에 끼지 못한 독일·일본 해운사들도 이미 새로운 동맹 결성을 논의 중인데 3개 동맹이란 이들 업체들을 말한다.
한편, 정부는 내일 26일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산업ㆍ기업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조선업과 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해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실업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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