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7일 오전 서울시 세종로 소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의 밥줄을 끊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저도 끊겠다!”고 선언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재명 시장이 단식에 돌입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박근혜 정부가 수원ㆍ성남ㆍ용인ㆍ고양ㆍ화성ㆍ과천 등 경기도 6개 지자체에 대해 ‘부자도시’라고 규정하고 이들 6개 도시의 재정 수천억원을 걷어 2백수십여개에 달하는 ‘빈곤 도시’를 지원하겠다는 것에 반발해서다.

▲ 이재명 성남시장 등 6개 도시 단체장들이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단식에 돌입한 염태영 수원시장(좌)과 정찬민 용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이 7일 손을 맞잡고 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격려차 깜짝 방문했다.

이재명 시장의 주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누리보육과정을 지자체에 넘기는 등 4조7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또한 중앙정부 역시 지자체 재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감안해 이를 보전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어기고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는 격으로 오히려 이들 6개 지자체의 재정에서 ‘타 지방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수천억을 다시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재명 성남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 염태영 수원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이 지자체를 죽이는 일이자, 풀뿌리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앙집권적 통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곧바로 무기한 단식농성 등 집단행동에 돌입해, 사실상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재명 시장은 일단 단식농성의 종료일을 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그때엔 달리 생각을 해 보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시장은 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지자체를 폐지했던 박정희 정권에 맞서 13일간 단식하셨으니 그 이상은 해야겠다”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

▲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은 7일 서울 세종로 소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지방재정 개편안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선포하고, 이재명 시장을 곧바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안이 중대한만큼 취재진들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광화문과 세종대왕 동상과 세월호 천막 사이에서 차려진 단식농성장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시장, 이시장, 채시장이 참여한다. 이재명 시장은 무기한, 염태영 시장과 채인석 시장은 이날만 단식을 하며, 나머지 시장들은 단식농성장에서 1인 시위를 릴레이식으로 이어간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식농성장에 ‘집무용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 현장에서 직무를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농성을 같이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쓰러지면, 우리들이 그 뒤를 잇기로 합의했다”고 말해,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들 시장들은 단식농성을 멈추지 않고 극과극, 강대강의 대치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신계용 과천시장 등 6개 도시 시장들은 지난달 11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시·군조정교부금 배분 방식과 법인지방소득세 개편 계획이 ‘지방재정 개악’이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고 정부가 빼앗아간 매년 4조7천억부터 되돌려달라고 성토했다.

특히, 정찬민 용인시장과 신계용 과천시장은 새누리당 소속 지방단체장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불합리하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 등과 함께 지난달 31일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에 지방재정 개편안이 ‘개악’이라고 성토하고 향후 공동대응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단식농성장을 찾아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동료시장들을 격려했다.

이들 시장들은 이날 ‘광화문 단식농성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안은 실험적인 정책들을 추진해 온 일부 자치단체를 손보려는 보복성 정책으로, 재정 통제력 강화를 넘어 지방자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이 궁극적 의도”라며 “행자부의 칼끝은 지방자치와 분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손 보기’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이들 시장들은 “이번 단식농성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숨은 의도를 국민에게 알리고 소중한 지방자치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확실한 해법을 제쳐놓고 6개 불교부단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시장들은 또한 박근혜 정부에 의해 훼손된 지방재정을 원상복구하려면 첫째, 지방소비세 확대(11%→16%ㆍ2조원). 둘째, 지방교부세율 상향(19.24%→20.0%ㆍ1조3600억원) 조정. 셋째, 지방세 비과세 감면ㆍ축소(8000억원) 등으로 매년 4조7000억원의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들은 다시 “지방재정 악화의 원인을 마치 6개 불교부단체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데, 재정자립도 50% 미만인 기초자치단체가 95.5%에 이르게 된 비참한 현실이 과연 소수불교부단체의 탓이냐?”면서 “32조원의 교부세와 43조원의 보조금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자치단체의 쌈짓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언어도단”이라고,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앞서 행정자치부는 지난 4월 22일 시·군 자치단체의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바꿔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재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경기도 6개 불교부단체는 총 8000억원의 세수감소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를 두고 “4조7천억으로 지자체를 융단폭격한 박근혜 정부가, 이번엔 겨우 살아남은 6개 도시에 대해 정밀 타격을 해서 완전히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시장은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이 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키워낸 지방자치를 지켜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날 역시 같은 구호를 외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지방재정개악을 막아내겠다”고 말해, 사실상 단식농성 외에도 또 다른 강수가 준비돼 있음을 내비쳤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