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선숙 의원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번 박선숙 의원 조사 도중에 왕주현 사무부총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또한 박선숙 의원 조사에 앞서 김수민 의원까지 검찰 조사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당 내부로 수사가 확대되느냐다. 박선숙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10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28일 새벽 2시45분까지 17시간 동안의 강도높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왔다.

박선숙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선거과정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다. 때문에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했던 일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측의 시각이다. 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박선숙 사무총장(56세, 비례대표)와 왕주현 사무부총장(52세), 김수민 의원(30세, 비례대표)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와 고발 내용이 검찰 수사로 입증되는 양상이다.

▲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2시45분쯤 17시간의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국민의당은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왕주현 부총장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고 있다. 왕주현 부총장은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당초 국민의당 자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취지의 발표와는 다른 것이다. 신당 창당 당시 ‘새정치를 하겠다!’고 명분을 내세운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의 정치 이미지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안철수 대표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만일 검찰 수사가 국민의당 내부로 확산되는 상황이 전개되면, 그간 구태 정치의 표본일라 할 수 있는 “당내에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까지 제기될 수 있어, 국민의당으로서는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특히, 박선숙 의원이 27일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부총장 모두 피의자 신분이다. 즉, 국가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선거 지원금)으로 선거홍보물을 제작·배포하는 일을 특정 업체에 주는 대신 사례금을 챙긴 범죄의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은 이제 자체 진상조사단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발표가 ‘꼬리자르기’의 시도로 비칠 수 있고, 나아가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왕주현 부총장 가운데 일부 일 수도 있고 모두 일 수도 있겠지만 ‘기소’라도 되는 날에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대선가도에는 치명상을 입힐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과거, 정당들은 선거때만 되면 기업체 ‘줄세우기’에 열을 올렸고, 기업인들은 정치권이 벌린 손에 ‘자금’을 대거나 해외 업무를 빙자해 ‘도피성 외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같은 구태는 기업에게는 경영상 막대한 손실을 입히며 기업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야 정당들은 때가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정당의 ‘정치자금의 출처’를 폭로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형태를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바로 이런식으로 번복되는 과정에서 ‘꼬리 자르기’라는 구태 정치가 성행했다. 즉, 정치적으로 어디까지를 책임 소재로 하고 세칭 ‘총대’를 누구에게 지우느냐를 결정했던 게 ‘꼬리 자르기’다.   

이와 같은 후진적 구태 정치를 버리고, 정치권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정부가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혈세로 치르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본래의 용도 이외에 개인 용도로 유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번번이 사법기관의 수사망에 오르는 사례도 늘어나게 됐다. 

국민의당의 경우를 비추어 보면 전형적인 구태가 맞다. 국민의당이 이같은 국민혈세인 선거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 마치 외부 업체에 선거 관련 홍보를 외주 주는 것처럼 자금을 집행하고 다시 회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주체가 국민의당 당 차원에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박선숙 의원이나 김수민 의원, 왕주현 부총장 등 사적인 행위에 의한 것인지 후일 밝혀질 일이겠지만.

아울러 이번 사건의 단초인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는 정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공한 인물은 ‘국민의당 내부인’이었다. 이는 당내 사정을 어느 정도 알만한 지위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그는 왜 자신이 속해있던 당의 치명적인 약점을 선관위에 제보했을까? 돌이켜보면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 전 공천과정에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신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몇몇 실세들이 공천 과정에서 ‘자기 사람 꽂기’에 열을 올렸고, 총선 관련 중대 사안들에 대해 마음대로 개입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소수 불만 세력이 생겨난 것이고, 이런 행태 역시 구태정치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들여다보면 안철수 대표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번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왕주현 부총장에 대한 당내 자체 진상조사에서 국민의당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당은 일이 터지자 “모르는 일” 내지 “아무 일도 없었다”라면서, 당내 조사팀은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왕주현 부총장 등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했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는 거의 없었다.

진상조사단 조사 행태는 국민들이 봤을 때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조사가 아니고 ‘내부 고발자’ 색출에만 열을 올린 모양새다. 물론 ‘내부 고발자’를 찾아내 더 큰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큰 논란을 일으켜서 당에 좋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는, 안철수 천정배 두 공동대표 등이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세 번 사과를 하는 ‘사죄 모드’로 전환된 국민의당 지도부의 모습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처음에 당헌당규를 앞세워 ‘강공 모드’ 내지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결국 국민의당에 치명타를 날린 인물은 애초의 제보자가 아닌 김수민 의원이다. 정치 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던지, 검찰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았던 김수민 의원은 “당의 지시로 허위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왕주현 부총장이 업체 대표에게 ‘국민의당과는 관련 없는 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해버렸다. 정치적 내공이 없어서였을까? 당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억울함은 밝혀야겠다는 각오였을까? 아니면 진실로 안철수 대표의 창당 취지를 받들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였을까?

때문에, 검찰은 ‘이제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즉, 왕주현 부총장이 박선숙 사무총장 결재 없이 회계처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에,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인 리베이트 관련 사실을 박선숙 의원이 몰랐을 리 없고, 박선숙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는 결론이다.

아울러 김수민 의원을 국민의당에 천거한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듯 하다가 언론에서 사라졌지만, 김수민 의원의 등장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물론, 김수민 의원 자신은 “비례대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했고, 사실상 표면적으로는 박선숙 의원이 김수민 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비례대표 7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등장한 배경 역시 투명하게 드러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깜깜이’ ‘꿍꿍이’ ‘꼬리자르기’는 결코 안철수 대표가 지향(指向)하겠다는 새정치가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새정치를 하겠다”라는 구호로만 그치는 그런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