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소신’을 펼 수 있게 됐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9일 안철수 천정배 투톱이 사퇴하자, 일각에서 제기한 “박지원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화답이라도 하듯 비대위원장직을 전격 수락했다.

국민의당 두 대표가 사퇴한 시점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매우 의미가 있다. 즉, 그간 박지원 원내대표가 그토록 펼치고 싶었던 ‘정치 9단’의 절묘한 정치 묘수들을 제대로 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임기는 비대위까지만으로 조기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로 제한된다.

국민의당은 29일 오전 안철수 천정배 두 공동대표의 동반사퇴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날 오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전격 결정했으며, 비대위 위원장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맡게 됐다.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천정배 두 대표의 사퇴 배경을 설명하고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이 설명하면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선 빠른 시일 내에 비상대책위원을 구성하고, 구성안건에 대해서 최고위와 협의한 후 의결절차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손금주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 김성식, 이상돈, 박주현, 한현택, 이준서 최고위원 등 6명이 참석했으며, 박주선 최고위원만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하지만, 박주선 의원은 의결 권한을 위임해 이날 의결은 모두 7명이 만장일치로 비대위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이날 “안철수 대표가 없는 국민의당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면서, 안철수 천정배 두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자 곧바로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향후 당 운영에 대해서는 최고위원, 소속 의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원내대표로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지, 지도부에서 대표 대행을 선출할 지는 최고위원회를 열어봐야 한다”면서 “몇 분의 최고위원들도 동반 사태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지도부 사정을 전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울러 “당헌당규에는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못하게 돼 있다. 당이 어떤 체제로 갈 것인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내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 것인데, 오늘 저녁이라도 가능하면 최고위원회를 열어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공동대표가 사퇴하고, 박지원 원내대표의 9단정치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니겠느냐는 등의 이야기가 나돌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