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칠곡 ‘결사반대!’에도 새누리당은 “사드 협력해달라!”, 사드 칠곡 배치설에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칠곡군수가 사드 반대를 외치며 삭발에 나서고 아울러 사드 배치지역으로 거론된 칠곡 외의 지역에서도 집단 반발이 예고돼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기지 안에 THAAD(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칠곡이 후보지로 거론되자 대구-칠곡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삭발에 나서는 등 지역의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칠곡 군민 3000여명은 ‘사드 칠곡 배치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윤오)’ 주최로 9일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역 광장에서 사드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사드 칠곡 배치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성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칠곡 주민들은 “정부의 사드 칠곡 배치 움직임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이어가며 ‘결사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칠곡군수 등은 이날 삭발식까지 단행했다.

▲ 칠곡 사드 배치에 대해 9일 칠곡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칠곡군수가 삭발을 하는 등 향후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의 지역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면서 사드 부지에 대해서는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다. 또한 정부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전자파 피해 관련해서 그리 우려할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경북 칠곡이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상태다. 수도권 방어라는 명목으로 사드를 들어온다는 것인데, 칠곡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것은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대비라는 명분도 약해진다.

아울러 사드가 칠곡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대구 칠곡의 민심은 곧바로 달아올랐다. 주민들은 “경상북도는 칠곡군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반발했다.

사드 칠곡 배치 반대 집단 움직임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대구민중과함께, 615대경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평통사,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월18일 경북 칠곡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칠곡 배치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들 단체의 한 인사는 9일 오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구 칠곡 지역의 안보 위협과 경제적 타격, 아울러 주민 건강과 환경 피해 등을 고려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드 칠곡 배치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주한미군의 협상으로 사드를 칠곡에 배치하겠다면, 우선 안보적 측면에서 보면 남한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 견제용이 될 것”이라면서 “주한-주일 미군을 포함한 미국과 일본을 위해 우리 한국의 평화와 안보를 희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드 칠곡 배치는 우리 안보와 국익에 반한다”고 격분했다.

그는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지역 출신이면서도 경북 주민들이 해달라는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하고, 대신 사드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역 정서를 전혀 모르고 진행하는 일로, 말린 사드 칠곡 배치가 사실이라면 영남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칠곡군수와 경북도지사도 사드 칠곡 배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칠곡군수 등은 삭발식을 단행했고, 경북도지사 역시 칠곡 사드 배치 반대 관련 강력한 경고성 성명을 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지를 결정하면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지만,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다른 지역 역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희 지역은 안 되고 우리지역은 된다는 소리냐?”며 정부의 배치 움직임과 반발 지역 주민에 대해 지역갈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 야3당은 사드 도입 자체에 대해 ‘국익에 반한다’면서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만 사드 도입을 찬성하고 지역과 정당을 떠난 협조를 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원내 현안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한미 양국의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두고, 야당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맞선 시의적절한 결단”이라고 사드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익과 안보는 물론 국민의 환경과 안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와 분석을 해왔다”면서 “증대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부터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번 조치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대변인도 현안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최근 무수단 시험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필요한 조치이며 한미동맹의 확고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어 “이러한 한미 정부의 조치는 우리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은 사드 체계의 배치·운용과정에서 환경 및 안전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하여 사드 체계에 대한 효용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주장은 사드 칠곡 배치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배치예정 지역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즉, 정부와 여당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다. 사드 칠곡 배치설이 나오자마자 대구 칠곡의 지역주민들이 곧바로 집단 반발을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신뢰’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칠곡 주민들은 ‘결사’라는 표현으로써 죽음으로라도 목숨을 걸고 칠곡 사드 배치를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