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나향욱 기획관이 파면될 것으로 보인다. 나향욱 기획관 중징계가 공식화 되고 있던 가운데 알려진 파면 처분은, 나향욱 기획관 “민중은 개 돼지” 발언 이후 교육부의 대처가 오히려 ‘제식구 감싸기’라는 주장이 제기돼 어쩔 수 없이 파면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정책기획관(47세)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알렸다. 교육부의 중징계란 ‘정직부터 최고 파면’까지 이르게 된다.

나향욱 기획관 파면에 대한 언급은 본래 ‘제식구 감싸기 의혹’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에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현안 보고에 앞서 “먼저, 드릴 말씀이 있다. 국민들께 소속 직원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리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최대 파면이 포함되는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나향욱 기획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도 약속했다.

▲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2일 파면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향욱 기획관은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마지 못해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못매를 맞았다. 사진은 당시 나향욱 기획관이 땀을 흘리면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이에 더 나아가 이날 오후에도 “보고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교육부 감사관에게 사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중징계를 포함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면서 “(나향욱 망언 사건은) 가볍게 넘어갈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최고 수위의 징계까지 고려하고 있다. 파면까지 포함되는 중징계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따라, 교육부가 징계의결을 요구하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중징계에는 가장 낮은 정직부터 강등, 해임, 파면이 있다. 파면되면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공무원연금도 자기가 낸 만큼만 돌려받을 수 있다. 해임되면 3년간 공직임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준식 부총리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듭 밝힌 만큼 나향욱 기획관은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이날 오전 있었던 이준식 부총리의 ‘나향욱 불출석 통보’에 대한 발언을 분석해보면 나향욱 기획관에 대해 교육부가 ‘제식구 감싸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교육부의 태도를 살펴보면 지난 7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가 공고해져야 한다’는 등의 ‘망언’과 관련한 보도가 있은 직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과음한 상태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을 뿐이었다. 단지, 나향욱 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 뿐이었다. 비록 대기발령이라는 조치를 했다고 교육부는 해명했지만, 이는 단지 정책기획관 보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고위공무원직은 유지한다. 개 돼지로 취급당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의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나향욱 기획관 회의 출석을 전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준식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제가 보고받기로는 나향욱 기획관은 심신 상태가 물리적으로 참석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그는 현재 지방, 자기 본가에 내려가서 요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를 받았다.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나향욱 기획관의 출석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나향욱 기획관의 해당 발언이 나왔던 술자리에 동석했던 이승복 대변인과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는 김청현 감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신민철 운영지원과장이 또한 불출석했다. 이들은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결국 ‘정회’를 주장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후에 부랴부랴 교무위에 출석한 나향욱 기획관은 여야 의원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개돼지 국민의 대표 신동근입니다. 대한민국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관이 기자들을 만나 그런 말을 했을 때 파장을 고려 못하는가”라면서 “이런 발언이야말로 유사 이래 가장 해괴망측하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오영훈 의원도 “기획관 발언도 심각하지만 더 문제는 교육부 당국의 미온적 대응이다. 그 자리에 대변인도 있었고 담당 공무원도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면서 “왜 제식구 감싸기를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맹렬히 비판하며, 교육부의 대응이 적절치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유은혜 의원은 “나향욱 기획관의 발언이 과음 실언이었다든지 취중 실수하고 한 데 대해 대단히 분노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술로 돌리고 과음 취중으로 돌리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술에 취하면 아무 소리나 다 해도 되나. 나향욱 기획관이 말한 99% 개돼지, 민중의 혈세로 나 기획관이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간사인 이동섭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사과가 아니라 당장 사퇴하라!”고 언성을 높이고, 이준식 부총리에게 ‘사퇴시킬 의향이 없느냐’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한편, 나향욱 기획관 신변처리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 간사 이장우 의원과 국민의당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성엽 위원장은 이준식 장관에게 “교육부에서 왜 (나향욱 기획관 관련 문제에 대해)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냐”면서 “오늘 당사자가 지방에 가 있었는데,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너무 안이하다”고 말해, 사실상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결국 나향욱 기획관은 파면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자 이장우 의원은 지난 11일 “위원장이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아니냐. 다른 의원들도 질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반발했고, 이에 유성엽 위원장은 “정리 차원에서 질의했다. 너무 답답해서”라고 맞받기도 했다.

이로써 교육부의 나향욱 기획관 파면이라는 결정은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식 시킴과 동시에 만일 파면이 없었다면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해이라는 범 국민적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었다.

반면 나향욱 기획관 파면으로써 교육부와 정부는 공직기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나향욱 기획관 파면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더이상 기강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 논란에 종지부는 찍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