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최적지라면서 정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소재 성산포대를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일 대구경북지역(TK)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지역과 관련해서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배치 지역을 옮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성주군민들은 이날 더욱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사드 배치 지역을 놓고 박근혜 정부의 이런 혼선에 대해 성주군민들은 “지역 내 혼란만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한반도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성주 군민들은 이미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전격 결정된 후 사드와 관련된 필요한 지식과 소양에 대해 ‘열공 모드’에 들어 그야말로 폭염의 살인적인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드 독서삼매경’에 빠진 수준이다.

▲ 사드 배치 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 4일부터 성주 군민들의 민심을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또한 성주군청에서 밤마다 개최하고 있는 촛불집회에는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나 현재는 하루 수천명에 달하는 군민들이 모여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런 논리도 구체적인 증명도, 외교적인 실익도 없다는 인식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막연히 쏟아내는 즉흥적인 “사드 배치 지역을 성주 내에서 다른 지역을 옮길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성주민심은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후 군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정영길 공동위원장은 “성주 지역 내 이전은 말도 안 된다. 투쟁위원회는 사드 제3지역이란 생각할 수도 없고,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투쟁위원회 입장뿐만 아니라 국민 뜻도 사드 배치의 원천적인 철회”라고 분개했다.

▲ 사드 배치 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 4일부터 성주 군민들의 민심을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달 21일 상경하여 서울역광장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벌이고 있는 성주군민들 모습이다.

성주군민들이 이날 성토하는 내용은 이미 사드 배치 최적지라면서, 즉 ‘성산포대를 최적지’라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 또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뭐냐는 것이다. 또한 옮길 수 있는 지역 역시 ‘성주’라는 이야기에는 더욱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성주군청 앞마당에 모인 군민들은 이미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었다. 한국 어디에도 사드가 필요 없다는데, 왜 성주만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하필 ‘성주 내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이미 성주군 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조차 이전에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라는 문구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로 바뀌어 걸려있다.

지난 사드 관련 대정부질문 당시 국회를 방문한 적 있는 조모(34세)씨는 지난달 19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고향이 성주고 부모님께서 아직 성주에 계신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에 현재는 양천구에 살고 있어,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하지만, 당장 내고향 성주에 대해 언론에서 들끓고 있기에 하루 직장을 쉬고 국회에 나와 봤다. 상상외로 심각하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조씨는 다시 지난 4일 밤 박근혜 대통령과 성주를 지역구로 하는 이완영 의원의 입장 표명이 언론에 전해진 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주 일가친척들이 모두 들끓고 있다. 정부가 왜 성주를 가지고 이렇게 흔들어 놓나? 여러가지 장단점을 따져봤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쉽게 말을 바꿀 수 있겠나? 이런 것 자체가 계속해서 국민들의 논란을 조성하고, 군민을 민심을 악화시키는 결과라는 것을 왜 감지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격앙됐다.

성주 군민들의 촛불 집회를 생중계하던 ‘팩트TV’ 방송에 출연한 한 발언자는 “사드 배치를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성주를 ‘콕’ 찍어 갈라치기 하더니, 이제는 성주 안에서 군민들을 갈라치기 하려고 한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사드 배치에 대해 가장 이성적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를 지금의 정부는 우리들로 하여금 감정적 갖고 반응하도록 내몰고 있다”면서 “성주는 처음 사드 성주배치 반대에서 투쟁하면서 한반도 배치 반대가 맞다고 학습하는 과정을 충분히 겪었다. 평화를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인데 지금에 와서는 외려 ‘사람이 더 적은 곳으로 옮기자’는 식으로 성주를 편가르고 있는 것”이라고 따끔히 꼬집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TK지역 초선의원 간담회를 갖던 이날 오후부터 대책 회의를 시작했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긴급 성명을 냈다.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는 긴급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성주내 이전 검토 발언을 놓고 논의를 거쳤으나 “처음 기조대로 사드 배치 철회를 바라며 다른 대안은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에 참석한 투쟁위 한 관계자는 “성주 사드 배치 철회에서 대한민국 사드 배치 반대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성주지역 내 제3지역 검토에 대해 반박 성명을 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회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아울러 “성주만 아니면 된다는 의견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제3지역 검토는 내부를 분열하고 흔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