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거행된 추도식에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모여 한 입으로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겼다. 문재인 안철수 두 전 대표는 이날 비록 나란히 자리를 함께 했으나, ‘DJ 적통’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인지 문재인 안철수 두 야당 실권자 사이에는 못내 어색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짧은 인사만 나눴다. 추도식 후 DJ묘역을 찾았을 때도 김종인 대표는 혼자 단독으로 가장 먼서 헌화하고 분향을 해버렸다. 헌화분향 식순을 따를 것도 없었다. 이후 별도의 대화도 없었다.

▲ 18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소재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서 나란히 앉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행사장에서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나란히 앉은 문재인 전 대표는 ‘다함께 대선승리’를 강조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은 18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소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숙히 거행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반려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인 홍업씨와 홍걸씨를 비롯한 유가족 이외에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등이 참석했고, 야권 잠룡들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화환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을 추념하기 휘해 화환을 보냈지만 이명박·노태우 전 대통령측의 화환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대거 현충관을 찾았다. 청와대의 김재원 정무수석,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더민주 당권주자인 추미애·김상곤·이종걸 후보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다소 이른 시간에 현충관에 도착했다. 김홍걸씨, 김영주·김경수·손혜원·김정우 의원, 양향자 광주서을위원장 등이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의 천정배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자원봉사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 여성 자원봉사자가 인사를 거부하며 ‘반문 정서’를 보이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현충관에 당도한 이희호 여사에게 인사를 한 문재인 전 대표는 이희호 여사와 귀빈실에 들어갔다. 이후 도착한 김종인 대표에게 문재인 전 대표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으나 그 외에 뚜렷한 접촉이 없이 냉랭해졌다.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한 끝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으나, 총선 이후 김종인 대표의 당대표 경선 출마설을 놓고 양쪽의 입장이 엇갈리는 등 그간 두 사람 사이에는 정체성 등의 논란을 두고 사이가 소원해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와도 밝은 표정으로 귀빈실에서 인사를 나눴다. 주최측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추모식장 좌석을 나란히 배치해 두 대권주는 자연스럽게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이 시작된 후 두 사람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서로 방문한 네팔(문 전 대표)과 미국(안 전 대표)에 대한 대화였다.

문재인 전 대표가 “미국 잘 다녀오셨습니까. 시차적응 힘들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안철수 전 대표는 “이제 (귀국한지) 이틀됐다. 네팔은 좀 힘들지 않으셨나”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요즘은 카트만두가 일방로(직항)도 생겼더라”고 하자 안철수 전 대표는 “왕래가 많나 봅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회 이외에 더 이상 심도 있는 대화를 없었다.

추모식에서는 정세균 의장의 추모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 시청 등이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입문한 추미애 의원은 영상을 시청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세균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살아생전 업적들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3대위기를 극복하라는 유지를 남겨주셨다”고 추도사를 낭독해 추도식장을 숙연하게 했다.

추모식이 끝나자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DJ(김대중) 정신’을 강조했다. 추모식 도중 눈시울이 붉어졌던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는 “DJ는 많은 것을 본받고 싶은 위대한 정치인이다. 참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치의 모델이었다”고 이날의 소감을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한국일보 기자 시절에 동교동을 출입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옥고도 여러번 겪으셨고, 해외 망명도 하시고,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셨지만 집권하신 후 일체의 정치보복이 없었다. 상대편까지 다 끌어안고 북한까지도 다 끌어 안아 남북이 하나 되려는 통합의 정치를 몸소 실천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특히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다들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혀, 사실상 국민의당과 연합이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정권교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과 관련해 기자들로부터 수차례 질문을 받았지만 여타할 대답을 내놓지 않고 현충원을 떠났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단지 “남북관계, 외교·경제·사회문제에 이르기 까지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고만 밝혔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