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이 만났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의 만남은 안철수 전 대표가 故 박형규 목사의 조문을 위해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사실은 사전에 양자간 약속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54)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69)이 21일 오후 박형규 목사의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만나 짧은 시간동안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고, 두 사람은 향후 이날보다 더 진지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우)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좌)이 21일 오후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소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김영환 사무총장과 문병호, 최원석 전 의원을 대동하고 손학규 전 고문을 만나 “요즘은 예전에 하셨던 말씀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언젠 한번 편한 시간에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운을 띠웠다. 이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게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영환 사무총장도 곁에서 “집을 잘 지어놨으니, (손학규 전 고문께서) 들러 달라”라고 초대의 의사를 밝혀, 안철수 전 대표의 구애를 거들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지난 19일 소천한 故 박형규 목사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형규 목사는 지난 군사독재시절에 맞서 싸운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자 손학규 전 고문에게 있어서는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아줬던 ‘스승’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어 “현장을 다녀보면 어려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란 것을 많이 느낀다”면서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강연을 다닐 때 거의 모든 사람이 지금은 좀 희망을 찾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고 손학규 전 고문의 협조가 간절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손학규 전 고문은 웃으면서 “나라가 총체적 위기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절벽에 처해 있고, 우리나라가 자칫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산에 있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하는데, 올 때마다 아주 어려운 얘기를 그렇게 한다. 우리나라가 자칫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가 든다. 저도 그런 고민은 하고 있다”면서 “언제 한번 좋은 자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누자”고 말해,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와 진지하게 다시 만날 의사를 드러냈다.

이때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던 안철수 전 대표의 손을 잡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안철수 전 대표가 곧바로 “네.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해, 두 사람은 이날 대화의 현장에서 향후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김영환 사무총장은 “‘저녁이 있는 삶’을 우리 당에서 쓸 테니 사용료 없이 좀 쓰게 해달라”면서 “산에서 내려오시면 저희가 집을 잘 지어놨으니 편히 쉬시고 좀 들러 달라”고 말해, 국민의당 합류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손학규 전 고문은 이에 즉답은 하지 않고 이날 대화의 자리를 정리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손학규 전 고문과 대화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학규 전 고문을) 총선 이후로는 처음 뵙는다”면서 “제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격차해소 등에 대해 서로간의 접점을 찾고, 한번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해, 사실상 이번 만남이 손학규 전 고문의 합류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의 만남에서 대화의 소재가 된 ‘저녁이 있는 삶’이란, 지난 2012년 통합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전 고문이 내세웠던 슬로건으로, 손학규 전 고문이 집필한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 일행이 손학규 전 고문을 만나 하나같이 ‘저녁이 있는 삶’을 언급한 것은 직접적인 ‘러브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이 이날 악수를 하고 다음 대화를 위한 약속을 잡았다고 해서, 손학규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방향을 잡았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손학규 전 고문이 김영환 사무총장의 노골적인 ‘영입 러브콜’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손학규 전 고문은 아직까지는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창당 이후 여러 차례 손학규 전 고문을 영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역시 손학규 전 고문에겐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손학규 전 고문 본인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의 만남이 있기 앞서 김영환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통해,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누구라도 오는 대선에서 야권 통합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본지 기자는 이에 대해 별도의 지면에 게시할 예정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