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김병탁 기자]보훈병원과 근로자보훈병원의 노동자들이 공공노조에 파업한 동참한 지, 벌써 16일째 보건·의료분야 파업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이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파업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재논의 및 철회 없이는 무기한 지속된다는 말에 노동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이에 대해 한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인한 환자의 과잉 진료를 통한 의료비 증가 및 숙련된 근로자 퇴출에 따른 그 공백으로 자칫하다가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의료사고가 더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부디 많은 국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양해줄 것을 당부했다.

▲ 지난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동 총파업 총력투쟁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이날 보건·의료 공공노조도 참가하였다.

따라서 본 기자는 노조와 취재를 바탕으로 성과연봉제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다음과 같이 가상으로 서술해 봤다.

필요도 없는 과잉 검사 후 의료비 증가로 인한 환자부담 가중될 우려

A씨는 갑작스런 추위로 그만 목이 탱탱 붓고 열이 나는 등 심한 편도선염에 걸려 병원에 찾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사 한 대를 맞고, 감기약 3일치 정도 지을 요령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평소 분위기와 달리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의 증상에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대뜸 x-레이 촬영을 권했다. 요즘 감기가 독해 잘못두면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사의 의견에, 완곡히 거절할 수 없었던 그는 x-레이를 촬영을 응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대로 x-ray 결과 폐렴이 아닌 가벼운 감기 증상에 불과했다. 폐렴에 걸리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으나, x-ray촬영한 비용이 병원비에 책정돼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혹시나 큰 병이 있을까 하는 여지가 있어 검사를 하였다는 데서 더 이상 따질 수 없었다. 다시는 그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그는 본의 아니게 비싼 값을 치른 감기약 한 알을 삼켰다.

성과연봉제로 인한 숙련된 근로자 잇따른 조기퇴직

B씨는 얼마 전까지 공공의료기관에 행정직으로 근무했다. 지난 20여년 간 이곳에서 일해 온 그는 성과연봉제 이후, 병원장으로부터 수익 실적을 강요받아야만 했다. 직원들에게 평소와 달리 환자당 할애할 행정 시간을 단축하라고 채근해야 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되도록 값비싼 약을 쓰도록 부탁해야만 했다. 하지만 평소에 남한테 빚지고 억지로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터라, 같은 직급의 다른 팀에 비해 매번 저조한 실적으로 성과에 저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 이후 계속 직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며 윽박질러야 했으며, 이로 인해 밑에 직원들과의 사이도 점차 멀어졌다. 하지만 그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받아 한직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좌천된 그는 밀려오던 좌절감에 스스로 조기 퇴사를 결정하였고, 그 결심을 병원장께 말하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병원에서 나오게 되었다. 퇴사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했다.

숙련된 근로자 부재로 인한 각종 의료사고 빈번, 환자 생명 위협

올해 간호대학을 졸업한 C씨는 어렵게 취업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 병원에는 C씨뿐 아니라, 이번에 갓 입사한 동기들이 여럿 있어서 처음에는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들어온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일마저 병원에서 과하게 업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자신뿐 아니라 같이 입사한 동기들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능숙하지 못한 일처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아찔한 의료사고를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C씨는 가슴이 쿵닥쿵닥거리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후에 들었지만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로 인해 숙련된 보건·의료진이 조기 퇴직되는 바람에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동기들이 대거 고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씨는 오늘도 큰 의료사고가 있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위 3가지 사례는 단순히 허구적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오늘 12일 정의당과 공공노조 파업 위원들 간의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에서 이근선 보건의료 부위원장은 “병원은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의사, 간호사, 행정직까지 실시간으로 유기적으로 협동해 환자의 생명을 치료합니다. 이런 곳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병원시스템이 무너집니다.”며 “그렇게 되면 환자 안전이 위협받습니다. 의료사고 비율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성과연봉제를 단호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고 정부의 성급한 성과연봉제에 따른 폐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근선 부위원장은 “몇 천원으로 끝날 x레이 검사를 10만원짜리 CT를 찍게 하고, 오십만원짜리 MRI를 찍으라 하는 등 국가유공자를 상대로 과잉진료밖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비 폭등합니다. 환자와 국민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저희는 파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병원에서 겪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근선 부위원장은 “작년 6월 메르스가 발생해서 전국 병원의 환자가 줄었습니다.” 지난해 메르스가 발병 당시를 회상하며 “(부족한 수익을 메우기 위해) 광주보건에는 백만원짜리 검사를 환자들이 검진 받게 노력해라, 서울보건에는 검진검사 당뇨환자에 대해서 검진을 활성화 하라는 등 기관장급 성과를 하는데도 이 지경입니다. 그런데 일반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면 과잉진료가 더 커집니다. 보건의료에 위협받습니다.”며 계속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가며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변할 암담한 현실을 경고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른 공공의료기관도 10월 27일 2차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이번 공공노조 파업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