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배출가스 조작 혐의 수사와 관련해 폭스바겐의 독일 본사 핵심임원이 20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트레버 힐 아우디 전략프로젝트 부문장(54)을 이날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힐 전 대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AVK와 아우디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당시 힐 전 대표는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드러난 ‘유로5’ 적용 차량의 수입과 판매 업무를 총괄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힐 전 대표는 “폭스바겐 유로5차량 소프트웨어와 배출가스 인증서류 조작에 본사가 개입한 사실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고, 본사가 개입한 사실은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힐 전 대표를 상대로 2011년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유로5 차량에서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는 문제를 확인하고 해명을 요구했지만, AVK 측이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고 독일로 넘어간 경위 등을 추궁했다. 

또 검찰은 힐 전 대표에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EA189 디젤 엔진을 장착한 유로5 차량의 배출가스 시스템 조작, 배출가스·소음·연비시험성적서 위조 여부 등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총괄회장(61)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타머 회장은 지난 1월 폴크스바겐 관련 수사를 시작한 이후 검찰에 출석한 회사 최고위층 인사였다. 

지난달 21일엔 독일 본사 배출가스 인증 담당 임원 데틀레프 슈텐델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슈텐델씨를 상대로 한국에 수출된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과정에 독일 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S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날 힐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며 폴크스바겐 사건을 마무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수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배출 가스 조작 등과) 관련이 있는 국내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쳤고 독일 본사 사람들도 조사할 만한 비중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국내에서 배출가스 시험성적 조작에 관여한 AVK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를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본사 차원에서 지시하거나 개입한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위반한 폭스바겐 차량을 대량 수입하고 연비시험성적서를 조작·제출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로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