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르자 백남기 농민 사인을 규명하겠다면서 경찰과 검찰이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4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규모 도심집회 당시 경찰의 직사물대포에 맞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태에 빠져 317일간 사경을 해매다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고 백남기씨의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가 경찰의 6차 부검 협의 요구를 재차 거부하고 서울 도심에서 추모대회를 열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22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사인이 명백하고 증거가 충분하므로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22일 서울 청계천로 광통교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백남기 특검을 요구하는 223,823명 국민들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상자가 등장했다.

투쟁본부는 이어 “제3의 사망원인으로 주장된 ‘빨간 우의 가격설’은 진실을 왜곡한 소설에 불과하다”면서 “부상 유발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라는 점이 명확하므로 부검의 사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경찰은 부검 협의를 위해 대표자를 선정하고 협의 일시·장소를 통보해달라는 내용의 협의 요청 공문을 유족 측에 6차례 걸쳐 보냈다.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은 불가하다’는 법원의 명령을 경찰이 준수하고 영장 집행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국가폭력 살인 정권 규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개최했다.

▲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22일 서울 청계천로 광통교에서 열린 가운데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백남기 특검을 요구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추모대회에는 약 1천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시신 부검을 반대하고 국가폭력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추모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0분 광통교에서 종각, 종로4가, 원남동 4가를 지나 백씨의 시신이 있는 서울대병원 빈소로 행진했다. 이들은 빈소 앞에서 추모대회를 이어갔다.

아래는 이날 백남기 투쟁본부가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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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검영장 집행 관련 6차 협의 요구에 대한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의 입장

1.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유족과 투쟁본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명백하고, 증거는 충분하며, 부검은 필요치 않다. 또한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시신에 경찰의 손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 는 유족들의 입장 또한 확고하다.

경찰이 부검을 주장하는 2가지 논리 중 하나인 백선하 교수의 병사 주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조차 배격되며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제3의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했던 소위 ‘빨간우의 가격설’도 진실 왜곡을 위한 터무니없는 소설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확해 졌다.

‘빨간우의’ 논란은 작년 12.11 경찰이 직접 ‘빨간우의’ 분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폭행 건 등에 대해서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빨간우의 자신의 입으로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을 도와주려 할 뿐 어떠한 가격도 없다고 밝힌 점, 그리고 영상 분석과 의무 기록을 통해 당시 백남기농민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더군다나 폐기했다던 민중총궐기 당일 상황보고서에서 ‘경찰 물포에 맞아 쓰러졌다’고 적시하며 ‘백씨가 뇌출혈 증세로 산호호흡기를 부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백씨가 (경찰) 물포에 맞아 부상을 당해 후송됐다’ 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직접적 사인과 이에 따른 뇌출혈 정황까지 서술했고, 부상 유발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사인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검찰이 주장하는 부검의 사유가 사라졌다.

특히,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은 불가하다’는 법원의 명령을 준수하고 부검 강행 시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2. 무엇을 감추려 거짓말을 일삼는가?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한편 경찰의 거짓말이 또 다시 드러났다. 그것도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이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었으니 무엇이 두려워 거짓말을 일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가족과 투쟁본부 그리고 야당은 그 동안 줄곧 백남기 농민의 사고 당일 경찰이 작성하는 상황속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거부해 왔다. 경찰은 경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30분 단위로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차 거짓말이었다. 그 이후 경찰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상황속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제야 상황속보 존재를 인정했지만 핵심 내용이 담긴 18보, 22보, 25보는 쏙 빼고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상황속보는 열람 후 폐기가 원칙이라며 이 부문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2차 거짓말이었다. 이후 한 언론에서 상황속보 전체를 공개하자 허겁지겁 경찰청장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황속보는 주요 집회ㆍ시위는 경찰 수뇌부와 관련 부서에 관련 내용이 실시간 전파된다는 점에서 당일 오후 8시 작성된 18보에서 ‘오후 7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구급차를 요청했다’는 점이 기재되어 있는 만큼 강 신명 전 청장이 6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 백씨 부상 사실을 “9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언급한 것은 거짓말임이 명확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전 현직 경찰청장이 거짓말을 일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는 것 아닌가?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3.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퇴하라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 1년이 다 되도록 최소한의 진심어린 사과나 진상규명도 없이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이토록 뻔뻔하게 국회에서 거짓 증언을 일삼는 경찰청장을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회에서의 위증이 1년 이상이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임을 감안할 때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장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군다나 이철성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청 차장으로서, 고인의 사망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한편, 이날 앞서 오후 2시 광통교에서는 김천·성주 주민과 원불교 등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반대하며 ‘사드 저지 범국민 평화 행동’ 집회를 열었다.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성주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드와 전쟁 준비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사드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본지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시민으로서 백남기 농민 시신을 부검하겠다는 것과 관련 답답해서 전화를 드렸다”면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나온 경찰 상황속보와 국가인권위원회 기초조사 결과만으로도 경찰의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신청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다른데서 찾으려는’ 허위문서로 법원을 기망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으로 보인다”면서 “이토록 증거가 명백한데도 경찰이 무리해서 부검을 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허위문서 작성이기에 무효라고 봐야 하고, 이는 법원에 부검영장을 신청한 경찰과 검찰의 공모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