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개헌은 블랙홀”라더니.. 블랙홀 들고 나와

박근혜 대통령 “개헌 위한 실무적 준비 하겠다”는데, 과연 가능할까? 박귀성 기자l승인2016.10.24l수정2016.10.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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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있은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유별나게 강조하면서 일체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권과 재야는 “현재 벌어진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백남기 열사 사망 등 모든 현안을 덮기 위한 책략”이라면서 냉소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측히 이날 강력하게 주장한 ‘개헌’에 대해선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젠 그 ‘블랙홀’을 들고 나온 모양새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집권 초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면서 ‘개헌’에 대해 언급하자, 곧바로 ‘분기탱천’해서 발언번복과 사과를 받아낸 적이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시정연설을 통해 그간 "개헌은 모든 것을 집어 살킬 블랙홀"이라면서 개헌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것과는 달리 개헌에 대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권의 대선주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론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을 말씀하시니까 이제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하는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해 사실상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청와대 비선실세 관련 온갖 비리 의혹과 세월호 침몰 참사, 백남기 열사를 국가 폭력이 사망하게 한 사건 등 정국 주요 현안들을 모두 한꺼번에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북50플러스 캠퍼스를 방문해 취재 기자들과 만난 잘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동안 개헌이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 오셨다”면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 등 정권 비선실세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어가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꺼내 든 게 바로 ‘개헌 카드’가 아니겠느냐는 날선 비판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그러면서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답변 드리는 것보다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취지와 이런 것들을 좀 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일침했다.

국민의당 입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은 직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의 뒤늦은 개헌론 제기, 정권 차원의 비리를 은폐할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에 대해 부정적인 정견을 피력했다.

손금주 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갑작스럽게 개헌론을 던졌습니다. 이제 와서 개헌론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추진을 호명한 것은 환영을 표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헌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금 우리 정치의 문제는 단순히 개헌이 되지 않아서 발생한 부조리에 있지 않다. 개헌 이전에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이 산적됐다. 또한 개헌론을 던지 현 시점도 문제다. 누가 봐도 최순실, 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의 국정 농단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금주 대변인은 나아가 “더군다나 새누리당에서 제기해왔던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어온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론을 던지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점은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라면서 “국민의당은 개헌논의와는 별도로 최순실 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끝까지 파헤칠 것을 약속드린다. 또한 우리 사회가 새로운 헌법체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진정성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결기를 다졌다.

손금주 대변인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인구절벽 대응, 창업과 농민을 위한 대처에 대한 의지는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인식에 유감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 대한민국 경제가 최대 난국에 처한 사실은 국민 누구나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은 여전히 안일한 현실 인식 머물러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손금주 대변인은 이에 더 나아가 “언론에서는 가계부채와 성장 동력 상실 등 경제 위기를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번듯한 스타트업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업생 독서실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께서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성과를 자화자찬하시는 모습을 보면은 국민들이 허탈한 웃음만 짓게 만드는 것이냐”면서 “자화자찬이 가득할 정도로 경제성과가 있었다면 도대체 현재 위기는 어디서 온 것이냐?”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을 맹렬히 비난했다.

손금주 대변인은 끝으로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자화자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기극복을 협조를 구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지혜를 요청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납부한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여서는 안 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날선 지적을 가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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