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의 누적 흑자가 20조에 이르렀다. 지난 국감에서도 이 천문학적 흑자에 지적이 있었으나, 우리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2013년 61.9%에서 2014년 63.2%로 고작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으로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과 같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100% 책임지게 하겠다는 등 기존의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혜택을 동시에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비교해 보면,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이 최고치인 65%에서 계속 줄어들다 2013년 61.9%로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1년 남짓 남은 지금도, 대통령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누적 흑자 20조에 달하나,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은 63.2%로 국민에게 더 많은 의료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건강보험 보장성의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환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비, 상습진료비, 간병비 등 건강보험의 일반진료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장성이 떨어지고 환자의 의료부담금이 증가하게 된다.

▲ 국민건강보험 재정흑자 20조 시대에 대국민 의료복지 증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전문가들과 건강보험노조는 진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제로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급여 진료비 증가율은 13%인 반면, 비급여 진료비 증가율 25%로 급여확대효과를 상쇄할 만큼의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갈수록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를 낳았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항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공약 사항으로 비급여 중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3대 비급여라 지정하며 이를 건강보험이 보장할 수 있도록 차차 급여화로 바꿀 것을 약속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선별급여를 통해 모든 비급여를 전면적으로 급여화하기로 했으며, 대형병원에서 혼합진료와 같이 기행 방식의 새로운 비급여의 출현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선별급여는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새로운 비급여 억제대책은 아직까지 그렇다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임의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고, 전액본인부담을 대폭 축소해 의료보장성을 실질적으로 확대시키겠다고 하였으나, 임의비급여가 급여 및 선별급여로의 전환이 미비한 상황이다 보니 의료 보장성 정체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됐다.

건강보험공단의 구조적 문제와 우리 구민들의 건강보험 혜택 확대를 위해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가입자 권리 찾기,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제안 1. 모든 비급여를 포함하는 신포괄수가제

기존의 포괄수가제는 미리 정한 질병군에 대해서 진료의 양이나 종류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액만큼만 진료비를 부담하는 제도로서, 의사들이 자신들의 노고와 의료서비스의 질과는 관계없이 똑같은 비용을 받다보니, 선택진료비의 비중이 증가하는 병폐를 낳고 말았다. 따라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를 결합한 중간 형태인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해 의료보험제도를 새로이 개편하는 방법이다.

신포괄수가제는 포괄수가제보다 병원 진료의 건강보험 보장 대폭 늘어날 뿐 아니라, 의사 행위료를 포함한 고가의 진료비를 별도로 건강보험이 보장이 가능하다. 더불어 장기입원 환자에 대해서도 보상이 가능하며 환산지수를 도입해 일정기간에 걸쳐 의료기관에 적용할 수 있어 그만큼 의료계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 시, 지금의 의료제도에서 비해 의료계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으며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제한적 보상 역시 큰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적절한 의료비 결정에 있어, 전문가가 참여한 투명한 협의체를 통해 수가를 결정해 의사들의 불만을 최소화해 나갈 수 있다. 신의료기술의 경우에도 역시 적절한 보상 기전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문제점을 줄여나갈 수 있다..

제안 2. 비급여 해소와 풍선효과 억제정책

현재 환자에게 큰 의료비를 차지하는 비급여 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모든 질환에 대해 의학적 비급여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는 비급여항목에 대해선 세부 내역과 내역별 진료비를 별도로 영수증을 발행하는 한편, 미국과 같이 비급여 진료 사전 동의제도를 도입해 비급여항목, 예상진료비, 선택 옵션 등을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환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해 비급여 진료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더불어 일본에서와 같이 비급여 진료 시 건강보험에 급여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해 이중의 부당이득 취한 혼합진료를 근절해 새로운 비급여항목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급여항목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비급여항목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자제해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확대될 수 있다.

덧붙여 MRI와 같은 비싼 첨단 장비나 신의료기술의 경우 필수의료 급여화 및 선별급여를 적용해 임의비급여 부분 역시 줄여나가는 것이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남인순(더불어민주당), 김광수(국민의당), 윤소하(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로 기획됐으며, ‘건강보험 20조 재정흑자와 거버넌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인가?’에 대한 전문가의 고견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한인협 = 김병탁 기자]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