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어제 입수한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증거는 여의도의 정치권 흐름을 개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 놨다. JTBC가 어제 최순실 관련 보도를 하기 전, 지상방송뿐 아니라 다른 종편채널에서도 개헌 논의로 뜨거웠으나, JTBC의 어제 방송으로 인해 여의도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이야기로 들끓었다. 야당인사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논의을 찬성한 새누리당 인사들조차 어제와 다른 분위기에 짓눌려 하루 종일 침묵으로 일관했다.

도리어 비박계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 도입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야당 인사들 중 일부가 ‘박근혜 탄핵’을 우회적으로 발언함에도 국민적 여론을 인식한 나머지 그 발언에 대해 반발하는 새누리당 인사는 없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개헌 논의’에 대한 이야기는 쑥 들어간 채, 사실상 개헌 논쟁은 가장 뜨겁고 가장 빨리 소강된 정치적 어젠더로 남게 됐다.

▲ JTBC 보도로 한번 들끓기 시작한 여론은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에 대한 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고, '박근혜 탄핵'과 '하야'가 포털 실검 1~5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24일 JTBC의 단독 보도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독일로 급히 도피한 최순실 집에서 버려둔 컴퓨터에는 대통령의 행보와 국정 방향을 담긴 40여개의 연설문이 고스란히 그곳에 담겨 있었다. 대통령 연설문은 대통령의 행보가 담긴 문서인 만큼 어느 나라에서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비밀문서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이번 JTBC에서 입수한 자료가 민간인인 최순실 씨의 버려진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아연실색할만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심지어 풍문으로 들리던 ‘최순실 씨의 취미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수정이다’는 말이 사실로 밝혀지던 순간이었다. 어젯밤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최순실 연설문’으로 시작된 실검 순위가 지금은 ‘박근혜 탄핵’과 ‘하야’로까지 번지게 됐다. 국민들은 지금도 참담한 우리 정치 현실을 믿지 못한 듯 SNS상에서 개탄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오늘 여의도 정치권도 쉴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뒤늦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논의’에 대해 여야의 생각이 서로 상충되면서 큰 정치적 어젠더로 커져 나갔다. 하지만 JTBC의 보도는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고 말았다. ‘개헌’에 대한 이야기는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고, ‘최순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오늘 오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저는 어제 10월을 유신을 연상 하였습니다”며 여담 대표에게 아무런 귀띔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박근혜 개헌 논의 연설을 지적하는가 하면, “누구라도 이번 개헌을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순실 개헌이자,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진 정권의 교체를 피하려는 정권연장음모로 나온 개헌을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며 어제 개헌 의 논의가 실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치적 모략이었다는 것에 몹시도 분개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날 오후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 합니다. 오늘로써 대통령발 개헌논의는 종료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합니다.”며 박 대통령발 개헌 논의에 대한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오히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낱낱이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특검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며 이번 최순실 사태를 엄중한 잣대로 그 진실을 소상히 밝힐 것이라며 결연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인 김용태 의원 역시도 “최순실 사태는 '배신의 정치'의 결정판이다. 누구에 대한 배신인가? 대한민국 공화국에 대한 배신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피와 땀과 눈물로 건국되고 지켜왔더니 대한민국 공화국과 민주주의는 최순실 사태로 유린되고 능멸 당했다”며 그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어제와 오늘 JTBC를 통해 밝혀진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에 대한 증거를 보고 “박 대통령은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현재 분노로 가득 찬 국민을 대신해 박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이를 인식한 듯 오늘 오후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이 국정 초기에 국정 운영에 개입을 인정하는 발언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방송은 녹화 방송이었다는 점, 사과문이 7줄 남짓한 짧은 사과문이었다는 점, 사과문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 때문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사과문이라며 야당의원들에게 또 다시 큰 질타를 받았다.

더불어 국민들 역시 진정성이 결여된 이번 사과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탄핵’과 ‘하야’에 열기는 실검 1위에서 5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한인협 = 김병탁 기자]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