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에 김병준 교수를 내정됐다. 국민대 김병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내밀자 여야 모두 반대의사가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논평을 내고 김병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영선 의원(구로을)은 지난 2일 오후 김병준 총리 내정 소식을 듣고 “‘혼용무도(混用無道)’의 정국 수습 책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첫째, 우병우 전 수석 장인 추모식에 참석 추도사 낭독, 장인과 동향으로 잘 아는 사이, 둘째, 참여정부 정책실장 당시 재벌개혁 금산분리법 반대론자/의원실 찾아다니며 법 반대 로비”라고 이유를 들었다.

▲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총리로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회 여야가 2일 이구동성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김병준 신임 총리 임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박영선 의원은 이어 “김병준 총리 내정자로 발표 된 참여정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운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정국’”이라며 “차기 총리는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혼용무도의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과 관련없는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의 지적에 의하면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 회장의 5주기 추도식에 참여하여 추모사를 했고, 추도식을 보도한 고령신문 2013년7월 10일자 의하면 추병직 전 건교부장관을 비롯해 김병준 전 부총리 등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추병직 전 장관과 김병준 전 부총리만이 추모사를 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추모사에서 “2003년 당시 서슬 퍼렇든 정권초기 민원조사 과정에서 부당하다며 비서관에게 호통 치던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청렴결백하고 투명한 경영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그리고 항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셨다”고 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이야기한 ‘2003년’이면 참여정부 출범 초기로 부정부패 척결과 정의수립을 위해 정권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 따라서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추모사는 참여정부 활동을 부정하여 고 이상달 회장의 청렴결백을 주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고 이상달 씨는 1993년 5월께부터 기흥골프장 운영권 양도비리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인섭 전 경찰청장과 옥기진 전 치안감 등 전직 경찰 수뇌부 5명이 이상달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회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런데 검찰은 지병이 악화해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이 사건 주임검사는 정홍원 전 총리였고, 사위인 우병우 전 수석은 창원지검 밀양지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상달 회장은 배임 및 뇌물공여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영선 의원은 이런 김병준 내정자에 대해 “현재 우병우 전 수석은 형식적으로 사라진 것이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장인과는 동향출신으로 향우에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영선 의원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재벌개혁 반대했던 사람으로 참여정부 정책실장으로 재임하면서 금산분리법을 반대하여 국회에서 금산분리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의원들을 찾아다녔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경제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현 상황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김병준 총리 내정 소식을 접한 후 추가 발언을 통해 “총리에 김병준 국민대교수,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승주 임명할 것 같다. 황교안 총리와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신라호텔에서 이야기하다가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다. 지금 회의 중에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총리가 바뀐다’는 문자가 와서 ‘누구냐’고 했더니, ‘아직까지 전갈은 없다’고 한다”고 관련 사실을 알렸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어 “누구를 임명했든 우상호 대표와도 방금 이야기했지만 우리 국민의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직도 박대통령께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은 뒤로한 채 인사국면으로 호도하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전 통보도 없이 총리, 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이 국면을 인사국면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그러한 작태에 대해서 우리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9시 반에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이야기 하겠지만, 우리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위원장은 김병준 총리 내정에 대해 분기탱천한 듯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비대위원님들 발언 준비가 된 것이 있으면 간단하게 하시고, 그 발표가 되는 것을 보고, 대책회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김병준 총리 카드를 단호히 거부했다.

반면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야권의 태도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심지어 대통령 하야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국정혼란과 공백은 막아야 한다”면서 야권의 김병준 총리 내정에 대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염동열 대변인은 이어 “야당에서 먼저 주장한 거국내각이 진전이 없는 가운데, 깊어지고 있는 국정혼란과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거국내각의 취지에 맞는 인사를 통한 조속한 사태수습과 국정안정이 절박하다”면서 “야당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분이 지명된 만큼,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야당도 큰 이해와 포용의 자세로 대승적인 수용을 당부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염동렬 대변인은 이어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이 현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해 온 거국내각의 뜻과 취지가 함께 잘 살려질 수 있도록 위기극복 리더십 발휘를 요청드린다”고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내정보다 하야가 먼저”라면서 “김병준 총리 내정을 철회하라”고 재삼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주 놀이,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야 3당이 인사청문회 등 인준절차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병준씨가 외치와 내치를 나눠서 맡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당성을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의 내각 임명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김병준씨에 대한 국회 인준여부를 떠나서 두 사람이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준 카드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손금주 대변인은 이어 “지금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은 오직 국회뿐이다. 정당한 권력을 행사할 자격을 갖춘 곳도, 국정붕괴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곳도 오직 국회다. 국회를 배제해서는 내치든 외치든 대통령의 어떠한 권한 행사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오늘 이후로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의 조사를 받느냐 아니면 온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느냐 둘 중 하나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공주 놀이로 국정을 파탄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날선 비난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김병준 총리 내정에 대해 “독선적 대통령에 절망 느낀다”면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국무총리로 내정하는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한 데 대해 국민의 민심을 거스르고 야권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모든 상황이 분명해졌다”면서 “그 방식은 매우 졸렬했다. 여당 원내대표를 앞장세워 거국내각을 제안하는 척하며 과거 야권에 몸담은 인사를 내세우면 야당이 꼼짝 못 하겠지 하는 꼼수로 야당을 들러리 세워 거국내각 모양새를 갖춰 사실은 자기식 내각개편을 통해 국정 돌파하려 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은 바보가 아니다. 그런 의도를 다 꿰뚫고 지금까지 이렇게 대통령의 조사를 요구하고 더 큰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여기까지 싸워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런 방식, 이런 꼼수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야당 협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틀렸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나아가 김병준 카드를 들고 나온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이런 방식으로는 이 엄청난 권력 게이트에 묶여 국정 동력이 상실된 정권이 살아날 수 없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상황을 안이하게 바라보고 오로지 자신의 국정 주도권만 고민하는 독선적인 대통령에게 정말 절망을 느낀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한껏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 의원들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준 총리 내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마치 야당처럼 비난했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탈당 문제를 거론하는 등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적지 않게 쏟아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무난히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짐나, 말일 김병준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에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국정 행보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