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부인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하는지 우병우 본인 혐의를 부인하는 것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에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해하는 네티즌들은 우병우 부인에 대해 이같은 궁금증을 드러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한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관련 의혹 전반 추궁 했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부인’으로 일관한다는 전언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미 불거진 각종 의혹들과 이 외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관련한 6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잠시 포토라인에 발검음을 멈추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중앙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후 잠깐동안 포토라인에서 걸음을 멈춘 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한 대답만을 건네고 곧바로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날 오전 우병우 전 수석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데,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설훈 의원 등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원천적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기회의 열쇠는 우병우 전 수석이 쥐고 있었다”면서 “민정수석이 제대로 살폈더라면 이렇게 참혹한 결과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이라고 말해 사실상 우병우 민정수석의 직무유기를 맹렬히 질타했다.

설훈 의원은 이어 검찰에 대해서도 “우병우 구속 없이는 이 상황이 풀릴 수 없음을 국민이 알고 있다”면서 “다시 (우병우 전 수석이) 걸어 나온다면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도착한 우병우 전 수석은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 “검찰에서 물어보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만 짧게 말했고, ‘가족회사 자금을 유용했느냐’, ‘공직자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이유가 뭔가’, ‘최순실 사태에 관해 민정수석으로서 책임을 느끼는가’ 등 쏟아지는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고,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눈에서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우병우 전 수석의 소환은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석수(53)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더불어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개월 만으로,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지는 꼭 일주일 만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 재직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을 거쳐 수사기획관을 지내는 등 ‘특수통’으로 각종 중요 수사를 맡았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던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칼잡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013년 4월 조직을 떠난 뒤 3년7개월 만에 조사를 받는 신분으로 ‘친정’인 검찰에 조사를 받으로 다시 나온 것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조사하게될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은 우병우 전 수석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차를 함께 마시며 진실 규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나이는 윤갑근 고검장이 세 살 위다.

이들은 각각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같은 곳에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시절에 윤갑근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일하기도 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변호인이 배석한 가운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주신문은 김석우(44·연수원 27기) 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의혹, 아들의 의경 보직 이동과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 등을 대체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병우 전 수석은 또한 본인과 부인 등이 주주인 가족회사 ‘정강’ 자금을 접대비와 통신비 등으로 쓰고 회사 명의로 빌린 고급 외제 승용차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경에 복무 중인 아들이 ‘꽃보직’으로 통하는 간부 운전병으로 보직이 변경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두 의혹을 감찰 조사한 뒤 ‘정식 수사 절차가 필요하다’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우병우 전 수석은 부인이 화성땅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숨긴 채 공직자 재산 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하고 ‘주식 대박’ 사건의 장본인인 진경준(49) 전 검사장의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조사와 관련해서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우병우 전 수석 부인의 처가가 넥슨코리아에 강남역 인근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은 ‘자유로운 사적 거래’로 보고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거래가 성사되도록 중개 역할을 한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려, 검찰이 이를 이번에 다시 조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화성땅 차명보유 의혹 등으로 고발된 우병우 전 수석 부인을, 이달 3일에는 그의 장모를 각각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차명보유 사실이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내용 누설 의혹과 관련해선 당사자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달 28일 검찰에 나와 7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 소환조사를 끝으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막바지 법리 검토를 거쳐 처벌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 전 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동시 기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수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우병우 전 수석은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에 휩싸여있으나 일단 현재로선 수사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