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을 바라보는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정권초기만 하더라도 영수회담을 주장한 곳은 야당이었다. 하지만 지금 영수회담을 간절히 원하는 곳은 청와대가 됐다. 8일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과 영수회담 성사를 위해 몸소 국회로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민주당)과 박지원 비대위원장(국민의당)은 이날 영수회담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영수회담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4년 만에 180도 바뀌어버린 여야 대표의 입장은 박근혜 정권이 현재 얼마나 긴박하고 위태로운지를 방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로 방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난 후,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간절히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오전 국회에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후,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영수회담을 나눌 예정이었으나, 두 야당 대표자의 거부로 현재로선 영수회담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김병준 교수의 총리 내정 철회 없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야당이 요구한 거국중립내각제를 받아들일 것을 야당은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현재 김병준 총리를 책임총리제로 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권할을 분할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거국중립내각제뿐 아니라, 제대로 된 거국중립내각 안착을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도 우선 되어야 한다며, 영수회담의 선결조건으로 한 가지 조건을 더 내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현재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국정 난국 돌파를 위해 영수회담이 다급하다. 지난 6일 10만 명이 가까운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촉구를 했으며, 최근 많은 국회의원들마저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12일 20만 명이상 시민들을 목표로 한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목을 더 옥죄어 올 것이 다분하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여태껏 추진력이 되어준 영남 지역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무너져버려, 박근혜 정권은 정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 되었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발생한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권에게 있어 영수회담은 정말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야당에겐 영수회담은 하나의 카드일 뿐이다. 야당은 현재 국회에서 다수 의원을 확보했으며, 국민의 민심도 야당 편이기 때문에 영수회담 외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계속 밝혀지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비위 행위는 박근혜 정권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터라,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영수회담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영수회담에 목을 맨 건 청와대가 아닌 야당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하고자하는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굳이 야당의 요구에 응답할 이유는 없었다. 밖에서 불통이라는 말을 들어도 박근혜 정권의 불도저는 멈출 줄 몰랐다. 도리어 야당의 저지가 있을 때마다, 박근혜 정권은 영남지역을 몸소 행차에 보수 세력을 응집해 정책의 추진력을 얻곤 했다. 혹은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보수 세력에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30%라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통해 그간 박근혜 정권은 ‘통진당 해산’, ‘국정교과서 강행’ 등 많은 이념 정책을 펼쳐왔으며, 굳이 영수회담을 통한 상생의 정치 없이도, 나름 정국을 주도해 정책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현재 오히려 영수회담을 통한 야당의 동의 없이는 탄핵 혹은 하야라는 불명예스런 대통령 임기를 마칠 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민중의 불꽃은 번지다 못해,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까지 뻗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와줄 아군도 없다. 그만큼 박근혜 정권에 있어 이번 영수회담은 중요하고도 간절하다.

[한인협 = 김병탁 기자]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