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촛불집회도 시민들의 힘은 빛났다. 비록 지난 19일 촛불집회에 모인 100만 명보다 적었지만, 60만 명이 보여준 뜨거운 촛불집회의 함성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에 찬 울림이었다.

또한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우리 시민들은 위대했다. 한 치의 빈틈없는 철옹성 같은 ‘근헤산성’ 앞에서 시민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기백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성숙된 민주시민의 면모를 보여줬다.

▲ 19일 4차 촛불집회 현장.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쓰레기를 모아두었다.

심지어 수십만 촛불집회 인파가 학익진을 이루며, 청와대를 옥죄어 올 때조차도 평화시위의 진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병력이 시민들의 함성에 압도되어 ‘근혜산성’을 지키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

19일 4차 촛불집회는 평화에서 시작해서 평화로 끝났다. 이날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광화문과 시청 일대가 부적였으며, 급기야 오후가 되자 많은 수십 만 명의 시민들로 인해 광화문과 시청 일대가 차량이 통제됐다.

집회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시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핫도그, 떡볶이 등 노점상들이 길거리에 즐비했으며, 시민들 각자가 다채로운 소품들과 글귀로 보는 즐거움마저 있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수십만 시민들은 서로가 금세 친구이자 동료로 변해갔다.

저녁이 되도, 낮에 보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더 불타올랐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발언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불변 다 꺼진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의 시민들의 촛불은 더 빨리 더 붉게 타올랐다. 심지어 ’휴대폰‘과 ’야광봉‘을 흔들며 ’박근혜 퇴진‘까지 꺼지지 않을 거라며 자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더불어 이날은 많은 연예인들이 분노한 시민들의 열기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 방문했다. 특히 가수 전인원이 부른 애국가는 그 자리에 모인 수십만의 시민들의 분노를 대변하듯 광화문 일대를 나지막하게 깔려갔다. 전인권의 애국가가 끝나갈 때 즘 눈시울이 붉히는 시민들의 모습도 더러 있었다.

▲ 19일 4차 촛불집회 현장. 60만 명의 시민들을 학익진을 이루며 평화롭게 청와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소리와 함께 곧이어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학익진을 이루며 청와대를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시민들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끝까지 평화시위의 대열을 유지하기 노력했다. 심지어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워 담거나 정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한 치의 빈틈도 용납지 않는 경찰버스와 경찰병력과의 대치 앞에서도 시민들은 동요하기는커녕 평화대열을 유지한 채, 경찰병력들을 압박했다. 오히려 경찰들이 조금도 물러설 틈 없이 몰아치는 시민들의 함성에 겁에 질린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굳게 닫친 문고리는 열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민들의 빗발치는 ‘하야’와 ‘퇴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현재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차 대국민 담화문에서 약속한 대통령 스스로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약속조차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15일 당초 16일로 예정된 대통령 검찰조사가 다음 주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점 또한 양해해주시기 부탁드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현재 여성이기 이전에 먼저 대통령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과 다하길 바라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19일 4차 촛불집회의 모습과 달리,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직도 함묵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박근혜 계엄령’이 정치권에서조차 나돌 정도로, 사태의 수습보다는 청와대가 현 정권의 안정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일각에 비판이 거셌다. 혹은 ‘청와대 반격의 시작’이라는 말조차 나오기까지 하고 있다. 이들은 그 반증으로 ‘최순실-박근혜게이트’로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엘시티 엄단 수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주요 현안 문제에 대해 크게 간섭하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한편 19일 4차 촛불집회 후, 26일에 열릴 5차 촛불집회는 100만 이상 대규모 촛불집회가 또 한 번 재현될 것이라고 수많은 시민단체와 재야 단체에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촛불집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마지막 엄중한 경고라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퍼져 나오고 있다.

[한인협 = 김병탁 기자]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