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취소 소송, 교육부 후속조치 등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전교조 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전교조 죽이기에 직접 개입했고, 이런 ‘전교조 죽이기 공작’의 증거들을 공개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가운데 전교조와 관련된 부분을 유족의 동의를 얻어 제공받은 뒤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증거의 입수 경위를 먼저 밝혔다.

▲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취소 소송, 교육부 후속조치 등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었던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교조는 비망록 기록에서 지난 2014년 6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170일 중 42일에 걸쳐 전교조 관련 내용이 등장했고, 이는 곧 청와대가 4.1일에 한 번꼴로 전교조 동향 점검 및 탄압을 논의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분개했다.

▲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교조 죽이기 관련 회의 기록을 전교조가 입수하고 5일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개했다.

전교조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김기춘 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長’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해서는 ‘領’으로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비망록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19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1심 판결 전인 15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6월 19일 재판 중요. 승소 시 강력한 집행’, ‘재판 집행 철저히’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17일에는 수석과 교육부 차관 등이 참여해 ‘전교조 판결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 등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 공작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를 증거로 형사고발은 물론 향후 강력한 투쟁으로 이같은 전교조 탄압을 위한 공작정치를 분쇄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전교조는 “아직 법원의 1심 선고 전임에도 ‘재판 집행 철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법부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승소시 강력한 집행’, ‘전교조 판결 이후 대응 방안’ 관련 논의는 직권면직, 단체협약 해지, 사무실 퇴거 및 지원금 반환 조치 등 후속조치가 법원 판결 직후 현실화 됐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1심 판결 당일 위와 같은 내용의 후속조치 방안이 적힌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발송했다.

법외노조 판결 직후인 6월20일 메모에는 전교조 관련 ‘고용부에 조치토록, ILO·OECD에 외교부 통하여 취지 전달토록, 교원노조법 개정안 환노위 계류중 원칙 고수토록 독려’ 등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따른 고용부의 역할 강조와 함께 이후 전교조 투쟁 일정이 적혀 있는데, 이는 청와대가 전교조를 철저히 감시하면서 전교조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한 근거로 보인다.

전교조는 특히,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발언인 것으로 보이는 ‘강력한 의지로 법집행, 전교조 생존문제로 경시할 수 없어’, ‘국제적 연계 정부 압박’. ‘긴 process 끝에 얻은 성과’, ‘엠네스티, ILO, 대사들도 숙지토록’ 등의 메모도 발견됐다”고 주장하면서 이 모든 전교조탄압의 핵심에 김기춘 전 실장이 있는 것“이라고 김기춘 전 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전교조는 “메모를 보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 1심 판결 직후 청와대가 전교조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파악한 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대한 적극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원노조법 개정 관련 원칙 고수를 말한 것은 행정부가 입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며 긴 process 끝 성과라는 것은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집권 세력의 장기적 기획과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을 내며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작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전교조의 조퇴 투쟁을 앞둔 2014년 6월26일엔 교육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등이 함께 진행한 ‘공안대책회의’는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메모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회의 하루 전인 25일 ‘전교조 대응 방안-대검 공대협’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청와대가 전교조 탄압에 공안기관을 동원한 것이 입증된 것”이라면서 “전교조 와해 공작은 고용노동부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공안세력을 동원해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 9월19일 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를 결정한 다음 날인 20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관련 메모에는 ‘즉시 항고 인용, 헌재 결정-합헌 결정’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를 근거로 전교조는 “청와대가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 항고를 지시하고 헌재 합헌 결정 유도를 구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청와대는 또 28일 메모에서는 ‘전교조 교사-불법집단행동(조퇴, 집회) 처음부터 단호한 대처-상응한 불이익이 가도록 일관성 있게’로 적고 있다. 7월1일 메모에는 ‘전교조 본부 전임자 복귀 조치 우선적으로 단행-형사고발’ 등의 메모로 전임자 등 조합원의 공무원 신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전교조 탄압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2014년 8월20일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전임자를 직권면직하지 않으면 직접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김영한 전 수석 메모에는 이미 보름 전인 8월2일에 ‘전교조 미복귀자 징계 – 직무이행명령’, ‘교육부장관 직권면직 대집행’을 명시하고 있다. 이미 청와대에서 계획한데로 정부 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8월9일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 – 교직 박탈’ 메모 등을 보면 교육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전교조 교사의 대량 해고를 준비하며 전교조 활동의 발을 묶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모에 따르면 청와대는 7월 1일, 3일, 4일, 5일, 6일, 8일 등에는 거의 매일 전교조 전임자 복귀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전국교사대회 다음 날인 2014년 9월 14일 메모에는 ‘전교조 원칙대로 처리- 뚜벅뚜벅, 조용히’, ‘9월 13일 전국교사대회 추가 의율 검토, 위원장 표적’이라고 다시 한 번 적혀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이번 문건으로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박근혜 정권의 공작 정치의 산물임이 확인된 만큼 법외노조 조치는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34명 교사에 대한 직권면직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강영구 민변 교육위 변호사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재판 과정과 후속조치, 직권면직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교원노조 사용자인 정부가 노조 지배개입 목적으로 노동부 장관의 사무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법하고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법률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강영구 변호사는 “공개된 비망록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고용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해고자 9명’에 따른 통보가 아닌 ‘청와대 지시’에 따른 통보임이 드러난 만큼 대법원 재판부에 비망록 자료를 제출하겠다”면서 “전교조는 정부의 불법 행위에 따라 법적 지위를 박탈당한 만큼 국가 배상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이날 본지 기자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전교조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즉각 법외노조 통보 철회 요구와 대법원과 국회에 교원노조법의 노동3권이 발의가 되어있다. 이것을 통과시켜서 원천적으로 잘못된 정부에 의해서 노동기본권을 유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특히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기인데, 그동안의 박근혜 정부에 의한 국정농단에 대해서 국민들이 몹시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전면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위한 노력들이 담겨져야 할 것 같다”면서 “그래서 권력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지금까지 잘못 추진된 나쁜 정책들은 이 기회에 모두가 새롭게 바꿔 나가느 그러한 노력들을 국민들과 함께 해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변성호 위원장은 이에 더 나아가 “노동기본권 문제는 그동안 교원노조법을 통해서 합법화시키려고 했으나, 교원노조법 자체가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보다는 제한하는 법이었다”면서 “이 기회에 노동기본권을 획득해야겠다. 또한 교원과 공무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정치의 자유도 마찬가지, 지금 교사와 공무원들은 정치의 자유가 일체 금지돼 있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의 권리를 획득하는 그러한 시도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다시 “교원과 공무원에게 노동기본권과 정치의 기본권이 주어지면, 사회가 성숙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좀 더 크게 그려 나가겠다”면서 “이제 박근혜 정권의 퇴진 혹은 탄핵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새롭게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권에서도 받아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교직원들을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국회 정치권의 입법 활동에 대해 지지의 의사를 표명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결론적으로 이것이 국회에서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건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만큼 야당도 분발해야 할 것이고, 그런 야당이 좀 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전교조나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치권이) 연대해 나가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향후 전교조 활동에 대한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