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대 전 총장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최경희 전 총장은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경희 전 총장을 상대로 한 위원들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항변했다. 하지만 최경의 전 총장의 눈물에 대해 이대 재학생들은 오히려 반감을 드러냈다. 최경희 전 총장뿐만 아니라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대 교수진들은 일제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관련 부정입학과 학사일정 특혜 관련 의혹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경희 전 총장과 교수진들이 이같은 ‘모르쇠’ 내지 ‘책임 회피성’ 증언에 대해 이대 정유라씨 관련 특별감사를 진행했던 교육부 감사와 교육부 감사관이 청문회에 자진 출석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이 15일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경희 전 총장은 답변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경희 전 총장 등 이대 교수들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입학·학사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교육부 감사 결과와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청문회는 오후부터 교육부 감사 내용을 놓고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경희 전 총장은 15일 오전 국회 ‘박근혜 - 최순실 비선실세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5차 청문회’에 출석해서 최경희 전 총장을 상대로한 위원들의 집중 질문을 받고 “이러한 일에 연루돼 전 총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학교 내에서 굉장히 엄격한 진상조사를 한 결과 조직적으로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준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황당무계한 주장을 쏟아냈다.

최경희 전 총장은 특히 정유라씨 입학 당시 상황과 관련해서 “정윤회의 딸 누가 입학했다는데 정윤회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면서 ‘정유라씨를 뽑으라는 지시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도 “(최경희 전 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본청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총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울먹이다 끝내 눈물을 훔치면서 “학교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해, 이를 치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공분을 자아내게 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나아가 “중간에 한 두 번 부적절한 언사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부분(정유라 특혜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세간에 알려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최순실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입학 전에는 없었고, 2015년 학교를 잠시 방문해 비서실에서 알려와 인사를 나눈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순실씨가 학점을 잘 주지 않는 교수에게 “교수 같지도 않다”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최순실씨는 학교에 학사 의논을 하러 왔다가 잠시 인사를 한 것이다. 기억이 안날 정도로 잠시 만났다”고 답변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그러면서 “그 이후 올해 봄에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잠시 와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잠시 인사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남궁곤 전 입학처장도 ‘최경희 전 총장이 정유라씨를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정유라씨가 면접장에서 금메달을 보여준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면접장 안 상황이라 확실히 모른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질의에 “정유라씨의 지원 사실을 김경숙 학장에게 들었다”면서 “그 뒤에 인터넷을 검색해 정윤회씨의 딸 이름이 정유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이미 인터넷 검색을 해볼 정도로 정유라라는 입학지원자의 신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반증으로 해석됐다.

이날 생중계를 보며 최경희 전 총장의 답변을 들은 한 재학생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경희 전 총장이 이대를 망쳐놓은 장본인인데 아직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화여대라는 유구한 전통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장본인이 최경희 전 총장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실과 반성, 사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최경희 전 총장은 정유라씨 입학과 관련해서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정윤회의 딸이 누가 입학을 했다는데(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정윤회가 누군지도 몰랐다. 이공계여서 그런 것은 잘 몰랐다”고 역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다만, 최경희 전 총장은 “보직자들과 정유라씨의 입시문제로 회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마 저희가 매주 처장회의를 한다. 그 처장회의에서 특이사항으로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 역시 학점특혜 의혹에 대해 “교수 개인의 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유라씨가 면접장에서 금메달을 꺼내 보인 점 등에 대해 추궁하자 최경희 전 총장은 “입학 관련은 전혀 모른다”, “총장은 관여할 수 없다”면서 ‘모르쇠’로 입을 굳게 닫았다.

김경숙 전 체육학장도 정유라씨의 학점관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정유라라는 학생 관련 이야기는 학생들이 농성하는 중에 이슈로 불거지면서 알게 된 것”이라며 “학점 부여는 교수 개인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경희 전 총장 등 이대 교수진의 이날 국정감사 청문회 진술은 교육부 감사 결과와는 완전히 상반된 것으로 해석됐다. 교육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입학처장은 정유라씨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 실적을 면접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나왔다.

또한 정유라씨 본인도 금메달을 면접 고사장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요청했고, 면접 당시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며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렸다. 또한 정유라씨의 이날 금메달은 입시지원서를 제출한 이후에 획득한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정유라씨 관련 의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입학 이후인 2015학년도 1학기부터 2016학년도 여름학기까지 8개 과목 수업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출석 대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성적을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담당 교수가 과제를 대신 제출한 점과, 대리시험·대리수강 흔적도 발견됐다는 게 교육부의 감사 결과였다.

최경희 전 총장 등의 증언을 듣고 이대를 조사한 교육부 감사관은 즉각 국회 청문회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는 정유라씨 특혜 의혹을 둘러싼 양측의 뜨거운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