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탄핵’ 물결을 타고, 원대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줄 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승리는 나경원 의원의 편이 아니었다. 나경원 의원은 오늘로서 두 번째 큰 정치인으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5년만에 얻은 기회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16일 새누리당 다음 대선과 새누리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원내 대표 결선에서 나경원 의원은 친박계 정운택 의원에게 아쉽게도 그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이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날 정운택 의원은 원대대표 경선 전 출마연설에서 “새누리당은 백척간두에 선 채 전례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온몸으로 맞았다”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민생은 벼랑 끝에서 절규하고 있다. 당이 어렵고 나라가 위중한 상황에서 우리 두 사람은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이뤄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과 사경을 헤매는 보수, 혼란에 빠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위기에 빠진 보수당의 단결을 주장했다. 따라서 원내대표 자리를 다시 지킨 친박계는 앞으로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야당에 맞서 숨겨진 샤이(shy) 보수표를 다시 규합하려는 자구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믿었던 원내대표 경선의 패배는 나경원 의원뿐 아니라 비박계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비박계는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야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조해 가결을 이끈 바 있다. 그러므로 이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계와 마찬가지로 비박계 역시 지난 ‘대통령 탄핵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 내 동료 의원들에게 심판을 받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선 패배로 인해 비박계는 또 다시 당지도부를 석권하지 못한 채, 당내 비주류 세력으로 남게 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패배로 인해 새누리당 내 비박계와 친박계 사이의 분열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보듯이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현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친박계가 당 주류로서 지금과 같이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비박계 역시 당분열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이다.

김병탁 기자  kbt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