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지난 2015년 사상 초유의 영화인들이 대종상 시상식 집단 보이콧을 선언하며 끝내 파행을 맞았던 대종상영화제가 올해 다시 한 번 대대적으로 개최를 예고했지만, 아직도 성난 민심과 영화인들의 ‘분노’가 식지 않은 듯 저조한 참석률을 예고해 심각한 흉년을 우려하게 됐다.

27일 오후 6시 서울시 중량구 소재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릴 것으로 예고돼 있지만, 일찌감치 수상 후보자들의 집단 불참 사태가 관측되고 있어 일각에선 또다시 대종상 영화제가 파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016년 제53회 대종상 시상식이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27일 오후부터 진행을 예고했지만, 관객들의 썰렁한 반응은 차라리 대종상을 폐지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톱스타 이병헌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질적으로 홍보대사 역을 하고 있는 황정민 전지현이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했다. 이들을 필두로 수많은 배우들의 불참 소식이 이어졌다. 주최측은 이날 대종상 시상식에 각 부문에 걸쳐 부문별로 5배수의 수상 후보를 결정했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날 대종상 시상식의 실제 스케줄을 조율하다 최종 불참 의사를 밝힌 배우들이 태반이다. 확실하게 최종 참석 확정을 한 인물은 남자우수상 후보에 오른 이병헌이 유일하지만 그 또한 영화 촬영 등 스케줄 조율로 인해 영화제 전날 겨우 참석 의지를 알린 상태로, 최종적으로 이병헌이 레드카펫을 밟게 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종상영화제 주최측은 초반 “배우들 대부분이 참석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예년과 다른 대종상 시상식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고, 배우들의 불참 소식이 전해질 때도 “사실이 아니다. 조율 중이다”라는 입장으로만 일관했으나 결국 전야까지도 “참석자 명단이 윗선에서 정리가 안 됐다”는 등의 무의미한 답변만을 내놨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27일 오후까지도 변함이 없다.

지난 2015 대종상 시상식의 경우 ‘불참시 상을 주지 않겠다’는 주최측의 강압적인 행보로 배우들은 오히려 참석하니 상을 받는 게 아니느냐는 비아냥 섞인 시선을 받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법한 ‘무리수’였고 결국 배우들은 분기탱천하여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배우들의 불참 행보는 감독들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일부 감독들은 당시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데 감독들만 참석하는 것은 시상식의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불참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대종상영화제는 과거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상이자,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내부 비리, 공정성 논란 등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며 관객들의 냉대를 받았다. 사실상 대종상 영화제는 관객들과는 거리가 먼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여왔다. 관객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대종상 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그저 ‘좋아하는 배우가 무슨 상을 타는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SNS상에는 대종상 시상식에 대해 그저 ‘너희들끼리만 놀아라’라는 핀잔성 글들이 적지 않다. 관객들에겐 관심 밖이라는 의미다.

수입직배 영화로 국산 영화가 위기를 맞았을 때도 관객들의 지지와 호응이 뒷받침이 됐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영화계 번영이란 관객을 절대 떠날 수 없다. 대종상 영화제는 관객과는 아무런 상관도 관심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꼴이다.

그럼에도 대종상 영화제를 지키고자 참여해왔던 영화인들에게조차 실망스러운 처사로 이처럼 집단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영화인들이 없는 영화 축제가 됐던 지난해 대종상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대종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공연히 소란만 떤다는 것이다.

2016년 겨울 이토록 썰렁한 분위기에서 ‘제53회 대종상 시상식’이 강행된다. 이날 대종상 시상식이 관객들의 싸늘한 눈초리 속에서 얼마나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