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의 사면 사실을 발표 전에 SK 측에 알려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고,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개인회사의 각종 사업 제안서를 대기업 회장을 만나서 직접 전달한 정황이 지난 13일 재판에서 공개됐다. 따라서 향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그리고 탄핵심판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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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최태민 등 대기업 재벌 총수들에게 특혜를 주며 거액을 지원 받은 게 아니냐는 '뇌물죄' 의혹 핵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가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특검과 헌재가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국정감사 청문회장에 출석해서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황창규 KT 회장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최순실의 사업 용역 제안서를 직접 건네며 검토해달라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이날 저녁 뉴스룸을 통해 이 용역서를 입수해 확인해봤더니 액수가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2월18일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다. 황창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봉투를 하나 건네받으면서 “내용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고, 이런 내용이 이날 재판에서 공개됐다.
해당 봉투에는 최순실 회사인 더블루K의 연구용역 계획서와 최순실 조카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알파인 스키팀 창단 계획서가 들어 있었다. 각각 최순실 회사인 더블루K에 3억원 규모, 장시호의 동계영재센터에 50억 원의 일감을 주는 제안서다.
그런데 이 해당 문건은 JTBC가 살펴본 결과, 사업 제안서 내용이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루K에 주는 용역비 대부분인 2억 6000만 원가량은 인건비였는데, 책임연구원이 누구인지 약력조차 기재돼 있지 않았고, 알파인 스키팀 제안서 역시 연간 비용의 절반이 인건비였는데, 선수 6명 중 4명이 ‘미정’으로 표시돼 있었다. KT와의 실제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KT는 내부 검토 결과, 용역비와 경비가 지나치게 많이 책정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검토 요청 사안인데다 안종범 전 수석이 중간 점검을 했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가까운 강한 요구 때문에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오전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고 회사로 복귀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와 같은 논리를 들고 오랜 시간 특검의 창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구속기소된 ‘비선 실세’ 최순실의 압박이 실제 있었다 해도 이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할 단계에 선처 고려 요소에 불과할 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즉,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전날부터 23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는 가운데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최순실 일가에 거액의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을 내세우며 2015년 8월 최씨 소유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에 달하는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보냈다. 또한 삼성전자 명의로 산 비타나V 등 명마 대금도 43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해당 자금은 다른 승마선수들에게는 지원이 되지 않았고 전액 최순실 일가의 독일 부동산 매입과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 삼성은 최씨와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또 다른 돈의 창구로 활용하려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또한 최순실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 액수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7월 독대 당시 박 대통령이 코레스포츠 계약 등 승마 관련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역정을 내 이에 긴급 내부 회의를 통해 경위를 파악한 뒤 최순실 일가 지원을 지시했노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곧 이재용 전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중요한 질술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 나아가 특검팀은 지난해 2월 독대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원 가량의 추가 기부를 할 것을 이 부회장 측에 요구한 구체적 정황도 파악해 놓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뿐만 아니라 앞서 조사한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해 삼성그룹이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법리 검토 결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와 국회 국정조사 특검 등 한꺼번에 몰아치는 조사의 칼날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증명 등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증거와 사실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도 오히려 이런 기록이나 서류, 자료들을 활용하지 않고 오로지 시간 끌기와 입맞추기식 진술로 일관하기에 조사하는 측에선 주변을 전방위적으로 퍼즐을 맞춰가듯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구축한 철통 방어벽이 갈수록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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