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안소영이 혼자 아들과 살아온 모진 20년여년의 세월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엉뚱하게 안소영 관련 각종 궁금증을 쏟아냈다. 안소영은 7일 저녁 10시43분부터 50분간 방송된 EBS 1TV ‘리얼극장 행복’에 출연해 지난 20년을 거의 은둔에 가까운 인생기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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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소영이 왕년의 톱스타 이미지를 벗고 20년만에 방송에 출연해 최근 근황을 알렸다. 안소영이 은둔한 20년은 세월은 영락없는 안소영이라는 한 아들의 엄마 모습 그대로였다. 7일 저녁 EBS는 안소영이 군입대를 앞둔 아들 도연과 중국여행을 떠나면서 모자간의 20년 갈등을 이해심으로 그려냈다. |
배우 안소영(58)은 팬들의 기억엔 영화 ‘애마부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안소영은 80년대 초반 데뷔 당시 20대 초반의 성숙한 여성으로 풍만한 가슴과 볼륨있는 몸매로 지금에 베이글녀의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소영은 당대 최고의 미인이자 톱스타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이날 공개된 안소영 본인은 이 ‘애마부인’이라는 애로 영화 때문에 평생을 ‘애로배우’라는 왜곡된 이미지 속에서 주변 사람이나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해 은둔해서 살아야 했다고 고백했다.
안소영은 80년대를 풍유하며 ‘애마부인’ 흥행 이후 여러 편의 영화에 주연을 도맡으면서 ‘애로배우’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이런 유명세는 ‘방정치 못한 여자’로 낙인찍히며 세간의 입방아에 시달렸으며 안소연은 결국 미혼모로 출산을 하면서 톱스타의 길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국내 생활마저 포기하고 만리타국 미국으로 떠났다. 혈혈단신으로 낯선 미국 생활에서 남편도 없이 홀로 자식을 키우는 고생이 오죽했으랴?
이날 출연한 안소영의 곱던 얼굴엔 주름이 적지 않았다. 안소영만이 알 수 있는 눈물과 고독, 이국에서의 향수병 등 세월의 무심한 손톱이 아리땁던 안소영의 얼굴을 죄다 긁어놓은 듯 했다. 안소영은 귀국 이후에는 식당과 김치사업 등을 하고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안소영은 박정의 전 대통령이 김재규 장군의 권총에 사살되던 해인 1979년 영화 ‘내일 또 내일’로 데뷔했다. 연기경력 3년째 안소영은 1982년 영화 ‘애마부인’으로 제18회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일약 영화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그후 안소영은 ‘자유처녀’, ‘여자가 두번 화장할 때’, ‘달빛 멜로디’ 등 연이어서 ‘19금’ 영화를 흥행시키면서 주연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안소영은 더 이상은 경쟁상대가 없을만큼 1980년대를 대표하는 성인영화 배우로 부상했다. 아울러 안소영의 ‘애마부인’은 주연 여배우만 바꾸어 ‘애마부인’ 시리즈라는 아류 영화들을 수차례나 낳게 됐다.
안소영은 격변기인 1982년에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에서 당시로는 파격적인 ‘19금’ 내용과 육감적인 연기로 우리사회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실제로 ‘애마부인’은 전두환 노태우 등 군대 폭력을 이용한 내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로 집권한 다음 프로야구를 신설하는 등 전형적인 우민화 정책을 빗댄 이른 바 ‘3S정책’(스크린, 섹스, 스포츠)의 대표적인 소산물로 여겨졌다.
안소영의 ‘애마부인’이 대성공 거둔 이후 우리나라 영화계에선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만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끝나기까지 이른바 ‘홀딱 벋는 영화’라고 불리는 저예산 에로영화가 봇물을 이루었고, 이같은 영화계의 풍조는 90년대초까지도 계속됐다. 안소영의 애마부인 이후 1982년 국내 종로 극장가에선 개봉 영화 56편 중 무려 35편이 에로영화였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면 안소영의 열풍을 가히 짐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당시만 해도 아직은 유교적인 사회분위기가 강해 ‘여성의 성’을 주제 삼기에는 영화에서도 매우 엄격한 틀 속에 갇혀 있었던 시기로 속칭 ‘가위질(영화 속에 노출 또는 베드신 등의 장면을 검열에서 잘라내는 것)’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안소영의 ‘애마부인’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으로, 그만큼 노출 수위도 베드신도 ‘리얼’ 그 자체였다. 영화계에선 한국 애로티시즘 영화의 신기원을 연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영화에 출연한 안소영에게는 ‘불결한 여자’의 이미지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다.
‘애마부인’에서 안소영이 남편 역할을 맡았던 임동진과 부부싸움 중에 외친 “난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고 당신 아내예요”라는 대사는 당시 여권 신장의 상징적인 멘트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여성에 대해 유교적 관념과 사회 관습이 여성을 옥죄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안소영은 영화에서 이같은 관념의 프레임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안소영은 영화 속에서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한 남편 임동진에게 “나도 똑같이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강요된 속박틀을 과감하게 깨버린다. 당시로서는 실생활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장면이었다. 결국 안소영에게 새겨진 ‘애로배우’라는 주홍글씨가 붙었고, 이는 그후 안소영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안소영은 미혼모로서 아들을 낳고 1990년대말 배우 생활마저 포기하고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혼 상태서 아이를 낳은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안소영은 이런 인생의 질곡을 EBS ‘리얼극장 행복'에서 가감없이 털어놨다. 당대의 톱스타 안소영이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고충들과 그동안 아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된 계기 등을 탈탈 털어놓은 것이다.
안소영은 이날 방송에서 여자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행을 결심하고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낯선 만리타국 미국땅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가 버거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남편 없이 미혼맘 혼자 가정을 이루며 자식을 키우고 교육한다는 것은 어쩌면 안소영에겐 너무도 힘겨운 인생의 멍에가 아니었을까?
이날 방송에서 미국 생활을 그리워하던 아들은 미국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안소영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아들은 의욕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하루 종일 하는 것 없이 누워있는 아들과 그가 이해되지 않는 안소영은 마찰이 잦아지며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에서 안소영과 아들은 적지 않은 의견 대립을 보였다.
그 동안 아들 앞에서 ‘어린 네게 무슨 말을 하랴’ 했던 안소영은 단 한 번도 어려움을 내비치지 않았다. 강한 엄마 안소영은 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함께 떠난 북경여행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속마음을 20년만의 처음으로 하며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안소영은 이날 방송에서 “다른 여자들은 애를 딱 보면 기뻐한데, 그런데 엄마는 너를 낳고 보자마자 막 울음이 나왔던 것 같애”라는 맨트는 안소영이 걸어온 20년 인생길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에 겨웠는지를 대변해줬다. 특히 안소영은 자신의 가족에 대해 “엄마와 형제들에게 나는 항상 그들에게 줘야만 했다. 형제에게 많은 실망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 핏줄하고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고백하는 대목은 안소영만이 할 수 있는 인생의 절규가 아닐 수 없었다.
방송에서 떠난 여행길에서 아들 도연은 안소영이 힘겹게 홀로 삭이며 살아왔던 그 순간들을 자신은 몰랐다면서 “내가 엄마의 상황을 정확히 알았다면 내가 조금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라고 꼬인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아들은 “(안소영 엄마에게) 가족은 저 뿐이라 상처를 안 주시려 했던 것 같은데 얕은 상처라도 같이 공유했다면 같이 보듬으면서(살아갔을 것 같은데), 그런데 감췄던 상처가 더 크게 돌아와 안 좋았던 것 같다”고 안소영을 이해했다.
안소영은 이런 도연에 대해 지난 20년간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면서 “도연이 100일 때만 해도 나 혼자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이, 생각만큼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내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보통 미국 학부모들은 대부분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힘겨운 세월의 흔적을 토로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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