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9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치고 22일 오전 6시 55분에 검찰청사를 무사히 빠져 나왔다. 이날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긴급체포도 없었고,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입장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21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 등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법원 삼거리 집회에서 “검찰이 범죄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2.5톤 화물차 적재함에 급조한 연단에 올라 “오늘 오전 박근혜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한다. 대통령 재임시 불소추특권에 숨어 수차에 걸친 대면조사를 거부해오던 박근혜가 특권이 사라지자 곧바로 출두했다”면서 “구속이라도 면해볼 요량인 것 같아 비겁하기 그지없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박근혜정권탄핵 비상국민행동 촛불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겨냥해서 열린 '박근혜 구속 수사 촉구'집회에 참가해 급조된 화물 트럭 적재함에 올라 '박근혜씨를 검찰이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특유의 전투형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이제 박근혜씨는 전 대통령 예우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검찰의 처분은 무얼까 관심이 쏠린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스스로 검찰의 수사를 잘 받겠다고 말했지만,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거부한 전력이 있다. 이미 증거인멸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부하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구속돼야 마땅하다. 정치 검찰이 반성한 적 없으니 정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검찰의 행태에 대해 여전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권영국 변호사는 그러면서 “국민이 준 정의의 칼을 녹슬게 하지 말라”며 “국민을 위협하던 검찰의 법과 원칙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검찰을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

▲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겨냥해서 자칭 응징언론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 등은 '박근혜 구속 수사 촉구'를 외치며 이른바 친박 단체의 태극기 집회쪽에 "태극기를 모독하지 말라"고 외치다 충돌을 빚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분기탱천한 노기를 삭히고 준비해온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퇴진행동 집회 참가자들도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13개나 되는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빠르게 수사를 마무리 지어 대선정국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탄핵으로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만큼 철저한 조사로 국민의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이 예고된 21일 오전 9시 30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서울중앙지검 앞은 지난 탄핵 정국 때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촛불 집회가 각각 검찰청사 인근에 집결해서, 양대 세력의 세 대결장을 연출했다.

서울중앙지검 남측과 서측에 자리 잡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구속수사’와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 등이 “태극기를 모독하지 말라”는 등 일부 잡음도 발생했지만, 경찰의 발빠른 제지로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등 친박 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검찰청 서문 앞과 서초 대로에 집결해 “탄핵 무효”와 “검찰의 무리한 수사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대통령 소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대통령을 지켜낼 것”이라고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은 이날 애초 예고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동문쪽에 몰려있는 취재진들을 피해 친박 단체들이 모여 있는 동문쪽으로 잽싸게 몰려들어갔다. 현장에 있는 취재진들 사이에선 분기탱천한 하소연이 튀어 나오기도 했다.

21일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서 ‘송구하다’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번째 검찰 조사가 끝났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송구’로 시작해서 ‘부인’으로 끝난 셈이다. 언론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주목하면서도 명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역시 22일 오전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조사에 대해 역대 정부의 부정부패를 거론하면서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과거를 답습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개헌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식으로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개헌을 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들에게도 있었다는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문이 14시간 동안 이어져 조사는 21일 오후 11시40분에 끝났다. 하지만 실제 조사는 오후 8시35분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됐고, 한웅재 부장검사가 오후 5시35분까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요, 블랙리스트 지시, 기밀 문건 유출 등을 종합적으로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원석 부장검사가 삼성측이 건넨 돈의 대가성 여부를 3시간 남짓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진술내용을 검토한다면서 6시간 남짓한 시간을 소요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6시 55분에 검찰청사를 나왔다. 검찰은 긴급체포 카드를 내놔보지도 않았다.

박근혜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업 총수들에게 ‘강요’를 한 적이 없고 최순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는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로 인정한다”면서도 “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처리하라’고 얘기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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